1생 게시판서 사라지는 목소리들

외부 광고물이 붙어있는 지난 3월 31일 1생 1층 게시판.
외부 광고물이 붙어있는 지난 3월 31일 1생 1층 게시판.

“친미 윤석열 타도” 대자보가 우리 대학 제1학생마루(1생) 게시판에 붙었다가 지난달 22일 철거됐다. 해당 대자보가 1생 게시판에 지난달 22일 오전에 붙었다는 제보를 받고 당일 오후에 기자가 게시판을 찾아갔을 때는 대자보가 사라진 후였다. 근처 쓰레기통을 뒤져봤지만, 대자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친미 윤석열 타도의 내용이 적힌, 찢어지고 구겨진 대자보였다는 제보만 있을 뿐이었다. 

노덕순 1생 환경관리원은 3월 22일 아침, “1생 1층 쓰레기통에서 해당 대자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찢기도 구겨진 종이가 쓰레기통에 있었다”며 “학생들이 직접 눌러 쓴 게 너무 아까워서 종이를 펴서 다시 게시판에 붙였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노씨와 함께 쓰레기장을 찾아 뒤져봤지만 대자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민주당 대학생위원회라고 기재되어있었다는 제보에 더불어민주당에 문의했지만, “대학생위원회에서 보고하지 않고 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1생 게시판 관리에 관해 총학생회는 “과거 총학생회가 게시판을 관리했으나 리모델링 후 총학생회가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1생 게시판 관리는 학생과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이승희 학생과 담당자는 “1생은 학생과가 관리하는 공간이라 계속 학생과가 관리했던 것으로 안다”며 “게시판을 활용할 때는 학생과의 허가를 받고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씨는 “1생 리모델링 후부터 게시판을 직접 관리했다”며 “학생들이 쓴 건 안 떼고 날짜가 지난 외부 광고만 뗀다”고 말했다.

염민호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내 게시판은 공적인 것으로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 견해를 자유롭게 제시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반론을 제기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대처하는, 무례하고 반지성적인 행동이다”며 “대학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화물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대자보<본지 1646호(2023.1.2.발행) 참고>가 지난 12월 1생 게시판에 붙었지만, 언제, 누군가에 의해 뜯긴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이에 이승희 담당자는 “노덕순 선생님에게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노씨는 “언제 떼어진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