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경찰서 옆,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가에 자리 잡은 작은 헌책방. LP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형설책방>의 책방지기 조화익(56) 씨를 만났다.

시작은 어머니가 운영해오던 광주의 작은 헌책방이었다. 4남매 중 장남이었던 조 씨는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헌책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울산에 있는 한 회사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헌책방의 향수를 잊지 못했다. 그는 “IMF 때 회사를 그만두고 남원에서 헌책방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후 여수로 옮겨 지금까지 15년 동안 <형설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그였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대형서점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헌책방의 존재감은 더더욱 사라지고 있다. 현재 <형설책방>은 여수에서 단 하나뿐인 헌책방이다. 조 씨는 “7년 전부터 주변의 헌책방들이 사라져 결국 여수의 헌책방은 이곳뿐이다”며 “나라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씨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상황도 이렇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많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집세를 내지 못해 당장 내일 전기가 끊기는 처지다. 그는 “건물이 무너지면 쥐들이 먼저 알듯이 가정이 무너지면 각시가 먼저 안다”며 “3년 전에 안사람이 떠났다“고 전했다. 이어 “위기가 너무 빨리 닥쳐 포기하고 싶었지만 내 꿈을 위해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조 씨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주변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여수 지역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팟캐스트 <똑소리 닷컴>대표 한창진 씨(60)가 시민들과 헌책방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한 씨가 연결해준 시민들 가운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공연해주고 있다”며 “이런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형설책방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 씨의 꿈은 <형설책방>이 문화 컨텐츠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이다. 헌책은 역사에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여기 있는 헌책을 작은 공간을 빌려 전시하고 싶다”며 “사라져가는 헌책방의 문화를 다시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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