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부전공·제2전공으로 창업 교육
△아이템 선정 △피칭 연습 △자금 조달까지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접근성 높아

지난 1월 16일 난양공과대학교의 'NTU I&E' 건물에서 학생들이 창업 수업을 듣고 있다.
지난 1월 16일 난양공과대학교의 'NTU I&E' 건물에서 학생들이 창업 수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를 스타트업의 중심지라 한다. 작년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에는 구글, 애플과 같은 대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우버인 ‘그랩’(Grab) 본사와 같은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그 수는 약 4,000개다. 싱가포르는 작년 세계 인재 경쟁력 순위에서 134개국 중 무려 2위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그곳에 올해 세계대학평가 아시아 5위를 차지한 대학도 있다. 바로 난양공과대학교(NTU,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다. 창업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인 만큼 학내에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많다. 지난 1월 16일과 17일 NTU 창업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프렌젠 서우(Frentzen Seow)씨 △컬먼 탄(Kermen Tan)씨 △니콜라스 테오(Nicholas Teo)씨 △리 샤오신(Li Xiaoxin)씨 △이반 랜(Yvonne Lan)씨를 직접 만나 학내 창업 환경을 살폈다.

‘기업가정신’은 기업가로서 가져야 할 책임, 윤리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NTU에는 기업가정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예비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연구 기관인 ‘NTU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NTU I&E)이 있다. 기관은 교육에 더 초점을 맞춘 ‘NTU Entrepreneurship Academy’(NTUpreneur)와 연구의 상업화를 돕는 회사인 ‘NTUitive’로 구성돼 있다. 그중 NTUpreneur는 주로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창업을 지원한다. 대학생은 기업가정신 자체를 부전공(MiE, Minor in Entrepreneurship)이나 제2전공(SMiE, Second Major in Entrepreneurship)으로 배울 수 있으며, 대학원생 대상으로는 석사 과정 프로그램인 ‘MSc TIP’(Master of Science in Technopreneurship and Innovation Programme)가 있다.

 

기업가정신 이론 수업부터 프로젝트 활동까지

프렌젠 서우(Frentzen Seow)씨
프렌젠 서우(Frentzen Seow)씨

기업가정신을 제2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컬먼씨는 SMiE의 장점으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 이 사업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객은 어디서 유치할 것이고, 금융 관련한 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모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과정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렌젠씨 또한 “견학하고 싶은 기관이나 관심 있는 분야의 CEO가 있다면 바로 연결해 주고, 기회를 마련해준다”며 “빠르게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제2전공은 3~4년 과정으로, 필수과목 4개와 선택과목 13개 그리고 필수 인턴십 활동으로 구성된다. 필수과목은 △기업가정신과 기술 혁신 △기업 생태계 △신규 벤처 관리 △기업가 벤처 자금 조달이다. 수업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교육받을 수 있다. 기본 역량은 △아이템 선정 방법 △피칭 방법 △자금 조달 방법 등을 말한다.

컬먼씨는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창업 관련 프로젝트도 한다”며 “소통 능력도 향상시키고, IR피칭 연습도 많이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IR피칭은 기업의 투자를 받기 위해 창업 아이템, 본인의 기업 등을 소개하는 일종의 발표다. 프렌젠씨는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가정신을 부전공으로 한다면 제2전공보다 더 빠르고, 압축적으로 기업가정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부전공을 듣는 니콜라스씨는 “수업을 통해 창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원한다면 누구나 해외 인턴십 가능

컬먼 탄(Kermen Tan)씨
컬먼 탄(Kermen Tan)씨

컬먼씨는 작년 여름 홍콩의 컨설팅 관련 스타트업으로 10주간 인턴십을 다녀왔다. 그가 참여한 ‘해외 기업가정신 프로그램’(OEP, Overseas Entrepreneurship Programme)은 NTUpreneur에 참여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스타트업에서 최대 1년간 인턴십을 다녀올 수 있는 활동이다. 컬먼씨는 “행정 업무, 마케팅, 협상 등 스타트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반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십이 끝난 후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컬먼씨는 “홍콩 거리에 즐비한 노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창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프로그램 말고도 기관 내에는 ‘쿠마르 지속가능성 & 혁신 상’(KSIP, Kumar Sustainability & Innovation Prize) 대회와 실제 업계 실무자와 직접 연결해 주는 멘토십 프로그램도 있다. 대회에 2번 나간 프렌젠씨는 “가능하면 자주 나가려고 한다”며 “지원 상금과 별개로 전문가에게 아이디어를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말했다.

KSIP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팀은 실제 기업가, 업계 전문가 및 투자자와 접촉할 수 있다.

 

수업에서 배운 AI 기술로 앱 개발

리 샤오신(Li Xiaoxin)씨
리 샤오신(Li Xiaoxin)씨

석사 과정인 MSc TIP를 듣고 있는 리 샤오신씨는 최근 AI 기반의 댄스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수업에서 △3D프린팅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여러 영역의 기술을 공부한 그는 AI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이용해 실제 개발까지 하게 됐다. 리 샤오신씨는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며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팀을 꾸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리케이션 속 AI 시스템은 댄스 영상의 움직임을 추적해 쉽고, 정확하게 춤을 알려준다.

이반씨 또한 이미 스타트업을 했지만, 패션과 관련한 새 스타트업을 위해 싱가포르로 왔다. 이반씨는 “구체적인 수업 과정이 좋다”며 “프레젠테이션 발표 등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도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협업하고, 서로 돕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MSc TIP에서는 1년간 7개의 필수 과목과 △기업가정신 실천 △신규 벤처 자금 조달 △지속 가능성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춘 선택 과목들을 배운다.

 

NTU 내 창업 생태계 뛰어나

이반 랜(Yvonne Lan)씨
이반 랜(Yvonne Lan)씨

리 샤오신씨가 NTU를 선택한 이유는 “창업 생태계 조성이 아주 잘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학금 마련, 졸업생 멘토 연결 등 창업 지원 환경이 이미 잘 구축돼 있어서 스타트업을 배우고 시작하기에 편할 것 같았다”며 “공과대다 보니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나서 선택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학내 창업 공간 또한 5명의 모두 “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리 샤오신씨는 “건물 하나가 아예 창업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NTU는 현재 창업 지원 공간을 마련하고자 새로운 건물을 하나 더 짓고 있다.

한편 이반씨는 싱가포르 정부의 창업 지원에 있어 아쉬운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팀원 중 한 명이 싱가포르인이거나 영주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지원 받기 어렵기도 하다”며 “기술적인 접근을 많이 하는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프렌젠씨는 “싱가포르는 여러 해외 대기업 본사도 많고, 기본적으로 창업하는 사람이 많아 지원이 많다”며 “창업하기 편리한 구조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테오(Nicholas Teo)씨
니콜라스 테오(Nicholas Teo)씨

 

통역 Hemashree A(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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