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쌓아 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꽃이 핀다.”

이는 책 <줬으면 그만이지> 속 김장하 선생의 말로, 돈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김 선생은 한약사로 한약방을 운영하며 모은 돈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다.

책과 다큐멘터리(다큐) <어른 김장하>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아낌없이 기부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김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은 김주완 작가가 집필한 김 선생 취재기이며, 다큐는 김 선생과 그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김 작가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두 작품 모두 김 작가와 김현지 MBC경남 PD의 공동 취재를 통해 만들어졌다.

김 작가는 “나쁜 사람을 알리는 것보다 이로운 사람을 알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한다. 이게 그가 김 선생을 취재하기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김 선생은 끝까지 인터뷰를 거부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후원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장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김 선생의 이야기는 김 작가가 포기하지 않고 기록하려 했기에 알려질 수 있었다.

책과 다큐에서 볼 수 있는 김 선생의 선행은 셀 수 없다. 그는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또한 많은 사회단체에 후원도 했다. 한약방 직원들에게는 동종업계 직원들보다 약 3배가량 많은 월급을 더 주었다. 김 선생은 “아픈 사람에게서 번 돈이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맞다”며 선행을 베푸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운영하던 한약방은 2022년 5월 31일 문을 닫았다. 김 선생에게 도움을 받은 여러 사람이 모여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서울에서 소식을 듣고 온 장학생도 있었다. 장학생 김종명씨는 “한약방이 문을 닫으면 인사드릴 수 없을 것 같아 왔다”며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선생은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한다”고 답했다. 김 선생의 이야기가 사랑받는 이유는 선행을 넘어서는 김 선생의 따듯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책과 다큐를 모두 감상하고 나면, 책 표지에 나온 김 선생의 뒷모습이 더욱 견고하게 느껴진다. 슬픈 내용은 하나도 없지만 김 선생의 굳건한 삶의 태도는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