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다. 탈진실이란 2015년 하아신 제이슨이 후기 정치학과 경제학 비평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을 통해 사실을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이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옹고집은 ‘에브리타임(에타)’과 같은 익명의 공간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현재 대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은 에타가 유일하다.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레 학생들의 대면 활동도 줄어들었다. 동시에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도 축소됐다. 따라서 선호와 관계없이 대학 내 정보를 얻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에타를 찾는다. 자유로운 게시판 이용,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등 에타의 이점도 분명 존재하지만, ‘익명성’의 힘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상 부작용도 크다.

에타에서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에타를 살펴보니, 커뮤니티 내 갈등 심화 요인으로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 남발과 젠더갈등이 가장 두드러졌다. “아 여자로 살고 싶다. 취집하면 그만인데"와 같은 여성 혐오표현 표현과 이에 동조하는 댓글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 대해 ‘여성이거나 남성이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한다’와 같은 프레임을 씌워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공론장은 한쪽의 복종이나 승패 가르기가 아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장이다. 그렇기에 혐오표현을 사용해 공격적으로 타인을 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무분별한 혐오표현은 다수에게 불쾌감을 주며 결국 대학 커뮤니티 자체의 인식을 악화한다. 결국, 우리 손으로 학생들 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망가트리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론장 이론을 제시한 위르겐 하버마스는 ‘민주주의 토대가 되었던 공론장이 현대로 올수록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질해 결국 붕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학 내 유일한 온라인 공론장으로 여겨진 에타가 혐오의 장으로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건강한 공론장 활성화를 위해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속 탈혐오’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혐오표현이 사라지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공론장 형성은 대학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학에서도 에타가 학내 커뮤니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혐오표현 및 갈등 조장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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