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 인프라 등 거의 모든 영역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폐해졌다. 단적으로, 9월 29일 미얀마 통화인 ‘짯(Kyat)’의 가치가 2,700짯(1달러 기준)까지 떨어졌다. 쿠테타 이전 1달러는 13,00짯이었으니 60% 하락한 것이다.
처참한 경제 붕괴 신호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자국민을 향해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9월 28일 미얀마 소셜 미디어에 바이럴로 등장한 영상을 보면 사복 군인 두 명이 긴 총을 들고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도심을 활보하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날 양곤의 촉타다 타운쉽(Kyauktada Township) 경찰서를 겨냥한 폭발 사고가 난 뒤 군이 ‘출동’한 것으로 보인다. 도심 한복판에 군복도 입지 않고 전쟁 무기를 들고나와 시민들을 협박하는 게 한 나라의 국군의 모습일 수 없다.
군부는 ‘퓨 소 티’(Phyu Soe Thee)라는 민병대를 조직하여 군부 반대 시민들 진압과 교전에 동원하고 있다. 친군정 정당이자 2011년부터 4년간 집권 여당이었던 연합연대개발당(USDP)도 실은 연합연대개발협회(USDA)라는 친군부 민병대 후신이다. ‘정당’이라는 꼬리표만 달았을 뿐 USDA는 수많은 폭력 사태에 연루돼왔다. 게다가 북동부 샨 주(Shan State)에서는 ‘파오 국민군’(Pa-O National Army, PNA)이라는 소수민족단체를 군부 편으로 동원해서 시민저항군에 대항하는 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공식적으로 보면 PNA는 무장 활동을 중단하고 2010년 정당으로 변모, 그 해 총선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은 2008년 통과된 ‘군정 헌법’하에 첫 선거를 치른 해다. 이를 기점으로 미얀마는 군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의 시대가 열렸고 소위 개혁-개방 민주화 과도기 시대가 지난 10년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군부는 2월 1일 쿠테타로 자신들이 기획한 이 ‘개혁’ 시대를 스스로 뒤집었다.
62년 네윈 장군 쿠테타 이래 미얀마의 무소불위 권력으로 군림해온 군부는 개혁 시대를 지나며 그들이 ‘민주적’ 방식으로는 권력 유지가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도 교훈을 얻었다. ‘민주적’ 방식으로는 군부 권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민주진영 지하정부 민족통합정부(NUG)는 5월 5일 시민방위군(PDF) 결성을 공식화하고, 9월 7일 시민방어전쟁(People’s Defensive War)을 선포했다. 수십년간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져온 막강한 군부권력이 무너지는 날 미얀마는 세계의 민주시민들이 경외하는 진정한 민주화 성지가 될 것이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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