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5월 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 일동."

쿠데타 세력의 폭압으로 신문이 나올 수 없었던 41년 전 광주. 기자들은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는 고백과 함께 신문 대신 집단사직서로 시민들과 마주했다. 41년 후 지금, 쿠데타 세력은 역사의 죄인이 된 반면, 곳곳에 뿌려진 이 집단사직서는 '5.18민주화운동'이란 이름과 함께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 수장인 민아웅흘라잉이 최근 스스로 총리 자리에 오르는 등 군부는 권력 찬탈 작업을 하나하나 수행해가고 있다. 도심 곳곳을 채웠던 수많은 저항 인파를 이젠 더 이상 목격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41년 전 전두환처럼 지금의 민아웅흘라잉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쿠데타 세력에 맞서려는 많은 청년들이 시민방위군에 자원입대해 밀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얀마 전역에선 작은, 그러나 목숨을 건 게릴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 동안 갈등했던 버마족(미얀마 인구의 약 70%)과 소수민족 사이에 연대의 싹도 움트는 모습이다.

특히 기자는 쿠데타 직후부터 미얀마 기자들과 소통해오고 있다. 이들은 폐간·해직·체포·고문 등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미얀마 곳곳을 누비고 있으며 자신들의 고통보다 보도할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미얀마 기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한 달 전쯤 '나는 미얀마 기자다'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들이 현지에서 보내온 기사를 번역해 한국어·미얀마어로 보도하고 기사를 본 독자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약 870만원이 모였다(http://omn.kr/1uv2i). 최근 기자가 수상한 5.18언론상 상금 역시 모두 이 프로젝트에 쓰기로 했다. 어제도 미얀마 기자들은 이메일로 기사와 사진을 보내왔다. 미얀마 기자들이 새기고 있는 기록의 힘을 믿는다. 41년 전 광주 기자들이 남긴 집단사직서처럼.

소중한(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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