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어렵다. 어렵다 못해 정말 답도 없다 싶을 때도 있다. 기껏 공부해 대학에 왔더니, 마음껏 연애하고 놀아 보려했더니, ‘취업’을 걱정해야 했다. 1학년 전공 수업 시간 교수는 말했다. “지금부터 놀 생각해? 토익부터 신경 써야 나중에 취업하기 쉽지”라고. 그래서 찜찜했다. 마음 한편에 취업이 짐처럼 얹혀 있었다. 어느새 4학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집안 어른들을 말한다. “이제 취업해야지?”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꿈꿀 게 많은 20댄데 우리의 꿈은 취업이다.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 나의 노력이 부족해 취업이 안 되는 걸까? ‘나’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 원인이 있지는 않을까? 지난달 28일 2014년의 끝에서 누군가는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일 때 2015년의 시작을 준비 중인 사람들을 도서관 별관(백도)에서 만나 취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사례 1. “공무원, 취업난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이아름 씨(생물교육·11)
공무원 시험을 한 번 본적 있다.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취업이 어려우니 과 공부보다는 공무원 준비를 우선시 했었다. 내가 아직 취업을 못한 이유? 공부를 덜 해서가 아닐까? 취업 경쟁을 과열시킨 사회에도 책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인이라면 한국 사회에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례 2. “적성이 뭔지 모르겠다” 정호민 씨(가명, 경영)
경영학과를 전공했지만 아직 적성을 찾지 못했다. 요즘 시대에 전공 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은 토익 공부 중이다. 토익을 공부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원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안 되지 않나? 남들에 비해 아직 모자란 것 같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원인은 사회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터 잘못됐다. 이 나이 먹도록 적성을 모른다. 오로지 대학만 가길 바랐다. 그런데 웃기는 게 대학에 오니 취업만 주장하더라. 옛날과 달리 청년들이 정치 참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당장에 먹고 살기도 바쁜데.

사례 3. “세상에 안 힘든 일 있나” 신세영 씨(가명, 조선대 법학)
사법고시 준비 중이다. 취업 지원 경험은 없다. 취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있나? 정부 책임도 있지만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사례 4.  “정부에 일자리 요구? 될까?” 졸업생 허준호 씨(경제·02)
2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다. 학교에서 일도 했는데 돈도 적고 안정성도 부족해서 그만 뒀다. 개인이 덜 열심히 했으니 취업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책의 문제도 있지만 “일자리를 늘려 달라”는 요구는 무리인 것 같다. 개인은 힘이 없기도 하고, 자신도 없고, 안 바뀔 것 같기도 하다.

위 사례가 보여주듯 청년들은 취업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청년유니온>에서 실시한 ‘취업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구직자 본인 자질 부족’이 54.5%로 가장 높았다.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을 본인의 잘못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 제 32조에 따르면 고용증진과 최저임금 보장은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되어있다. 취업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오신석 씨(문화콘텐츠·14)는 “높은 실업률도 문제지만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고방식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2013년 청년실업률은 8.0%(통계청)으로 2011년 7.6%, 2012년 7.5%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업률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사람들 중 실업자 비율을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나온다. 지난해 고용률은 58.6%로 실업률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청년실업이 이토록 심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
2014년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에서 실시한 ‘서울 청년일자리 정책 새 방향과 과제 연구’에 따르면 청년실업을 심화시킨 청년 일자리의 문제점으로 ▲청년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일자리 정책 ▲중소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일자리 정책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정책 부족 ▲사업간 연계 취약을 꼽는다.

우선 청년 일자리정책을 통해 정부가 만든 일자리의 대부분은 노동수요 확대를 위해 만든 공공부문 청년고용 정책을 통한 일자리나 청년인턴제 등이다. 이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요구와 거리가 멀었다. 청년들을 원하는 일자리로 이어주기보다는 당장 청년들이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로 청년들을 진입시키는 근시안적 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계속될 경우 단기적 청년층 고용지표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청년들은 다시 노동시장 밖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런 정책들은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제활동참가 촉진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둘째로 정부의 청년일자리 정책은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집중되어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낮은 임금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으로 인해 청년구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고, 이 일자리가 정규직이나 양질의 일자리로 가는 사다리가 되지 못하는 현실 역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청년고용문제의 핵심인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한 청년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이 부족하다. 여전히 청년 비경제활동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며 청년고용문제의 핵심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도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중소기업 취업 촉진, 공공부문 청년층 일자리 확대를 통해 가시적으로 청년들을 노동시장에 진입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며 청년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확대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시키는 정책 역시 일부 청년들에게 창직의 통로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청년실업문제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인겸 씨(정치외교·09)는 “정치선진국들은 대부분 청년실업문제를 개인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시스템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우리도 중앙정치 의제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녹색당처럼 청년이 주축이 되어 청년 정책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청년의 영향력을 스스로 높이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참고 「서울 청년일자리 정책 새 방향과 과제 연구」, 서울시청년일자리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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