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는 “투쟁 없이는 사랑도 없다”고 말했다. 사랑하기에 무언가에 저항하게 하는 것, 싸우고, 투쟁하게 하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지키고 싶고,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그리고 여기,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달 7일 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공적 돌봄을 포기하려 한다”며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48억 3,400만원을 전부 삭감한 탓이다.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은 아동, 노인, 장애인 돌봄 등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복지 예산이다. 예산 문제는 돌봄노동자들의 임금, 노동 환경과 이어지는 문제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해 말하자면 끝도 없다. 도무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원은 환자 2.5명당 1명꼴로 요양보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요양보호사 1명이 9~10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일상이다.

돌봄노동자 월급제는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2019년 이후에야 도입됐다. 요양보호사들 또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나, 실상은 무의미한 종이 쪼가리다. 갑작스럽게 이용자가 늦게 집에 도착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연장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안전상의 문제도 그렇다. 돌봄노동자는 성 문제, 근골격계질환이나 감염성질환, 이용자의 사망 목격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에 그대로 노출된다.

돌봄은 우리의 이야기다. 누구나 돌봄을 받아왔고, 받고 있으며,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 올해 2월 발목 수술을 하게 되면서 약 한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 늘 곁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일을 그만두고, 밤에는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먹이고, 씻기고, 이동을 돕는 사소하고 일상적이나 필수적인 일이었다. 돌봄을 받았고, 돌봄노동을 목격했기에, 가장 가까이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예민한 일인지 안다.

반면 돌봄노동 복지는 아주 느리게 걸어가고 있다. 올해 3월 8일 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세계여성의날 집회에서 돌봄노동자 인권 보장을 외쳤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이 142억원 삭감되며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4월 24일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2달 후인 6월 30일 돌봄노동자들은 계약만료 및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어 7월, 지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10월 10일 돌봄노동자들은 돌봄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년, 정당한 임금과 안전한 노동환경은 당연하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

노동을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해,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다. 돌봄노동자들은 돌봄이 진정한 관계맺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권, 임금 보장 및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키고 싶고, 지속하고 싶은 마음들이다. 여전히,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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