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습한 공기. 곰팡이가 살기 딱 좋은 환경인 생활관 9동에서 필자는 곰팡이와 동거 중이다. 

학내 건물 리모델링을 위한 대체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나마 쾌적했던 생활관 5동에서 내쫓기듯 퇴관 후 찾은 생활관 9동에서 필자를 반기는 건 곰팡이와 전 입주생이 남기고 간 쓰레기였다. 

1학년 때부터 생활관 9동에 입주 시 책상과 서랍, 침대에 널브러진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과 먼지를 치우는 일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방에 생긴 곰팡이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침대 밑에 가득한 곰팡이 때문에 침대 밑 서랍장에 넣어두었던 옷들에는 곰팡이가 내려앉았다. 더 이상 침대 밑 모든 서랍에 옷을 보관하지 못한다. 

취재 중 만난 생활관 9동의 한 동장은 자신이 방 점검한 3개 층, 거의 모든 방에 곰팡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필자를 포함한 생활관 9동 입주생의 대부분이 경험한 곰팡이 문제지만, 생활관은 생활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잦은 환기와 제습기 사용을 제안할 뿐이었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곰팡이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것일까? 지난 4일 생활관은 생활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해당 사과문에도 구체적인 구조적 해결 방안은 없었다. 

생활관 9동 내 곰팡이 문제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생활관은 “민감한 사안이라 현재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활관 9동 내 곰팡이 문제가 대두된 건 장마가 시작된 7월 초다. 3달 전부터 이어져 온 일이지만, 생활관은 여전히 곰팡이가 생겨난 원인 분석도 이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 마련도 되어있지 않다. 학생들의 주거를 책임지는 곳이라 바쁘고 신중하게 답변을 정리하느라 그런 것이리라. 

생활관이 학생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입주생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생활관이 입주생들에게 구체적인 구조적 문제 해결로 답변할 차례다. 이제, 곰팡이와의 동거는 그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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