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억하기 위해 묘지 찾아
“탄흔으로 국가폭력의 잔인함 볼 수 있어”

“518버스라는 걸 알고 탄 서울 사람이었어. 5·18에 대해 알고 싶어 2박 3일 동안 광주에 있었다고 했거든. 1년 전에 봤던 그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아.”

518번 버스를 운행한 지 7년째인 최상만씨가 버스 운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말했다. 최씨는 “동네 주민들과 국립5·18민주묘지(5·18묘지)에 가는 외국인들도 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200명 정도가 탑승하는 518번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5월이 되면 더 많아진다.

최씨는 5·18민중항쟁(5·18)의 목격자다. 1980년 대인동에서 장사하던 최씨는 “건물 옥상에서 계엄군에 의해 죽은 시민들을 봤다”고 말했다. “고속도로도 다 막혀서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했다”며 “젊은 사람이 혼자 다니면 다 잡아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120분 정도 운행하는 518번 버스는 광주 시내버스 중 가장 긴 노선을 가지고 있다. 현재 518번 버스를 운행하는 김홍식(64)씨는 “5·18 사적지들이 광주 중심에 있어 매일 차가 막힌다“며 “100분도 넘게 운전해야 해, 화장실을 못가서 힘들다”고 말했다.

518번 버스를 타고 5·18 사적지인 5·18묘지, 전일빌딩245에서 5·18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5월 기억하기 위해 할머니랑 5·18묘지 왔어요”
518번 버스는 5·18 구묘역인 망월동 5·18묘지와 신묘역인 5·18묘지를 지난다. 5월이 되면 5·18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 

손녀 김현비씨와 지난달 9일, 5·18묘지를 찾은 김경석씨
손녀 김현비씨와 지난달 9일, 5·18묘지를 찾은 김경석씨

김경석(65)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손녀 김현비씨, 손녀의 친구 3명과 함께 5·18묘지를 찾았다. 김경석씨가 일본에서 자란 김현비씨와 함께 이곳에 방문한 것은 3번째다. “현비가 친구들과 함께 5·18묘지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며 “5·18묘지에 또 가자고 하는 아이가 기특했다”고 말했다. 김현비씨와 친구들은 사회 수업 시간 답사 과제를 위한 장소로 5·18묘지를 선택했다. 김현비씨는 “기록관에서 비디오를 보며 할머니가 설명해준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22살이던 김경석씨는 당시를 궁금해하는 손녀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던 금남로에서 도망가다가 구두가 부러진 이야기, 군인들이 탱크 뒤에 숨어있다가 사람들을 때린 것을 본 이야기 등 자신이 겪은 5월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현비씨 친구 최정윤씨는 “전부터 추모탑을 보고 싶었다”며 “탑이 손으로 알을 품고 있다는 의미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아윤씨는 “책에서 배운 역사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가족을 보기 위해 5월을 맞아 5·18묘지에 찾는 사람들도 있다. 최운용(79)씨는 배우자와 민주화를 함께 열망했던 동료를 만나기 위해 5·18묘지에 왔다. 그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민주화를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2년간의 수배자 생활을 보냈다. 그는 “43년이 지났지만, 아내와 동료가 여전히 보고싶다”고 전했다. 하성학(34)씨는 배우자와 함께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 5·18묘지에 왔다. “기념일 혹은 명절 때 찾아뵙는데 올 때마다 서럽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5·18을 알려주기 위해 5·18묘지에 방문하기도 한다. 박미선(39)씨는 여수에서 아이들에게 5·18을 알려주기 위해 이곳에 찾았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는데 5·18에 대해 모르는 거 같아 5·18묘지를 찾았다”며 “눈으로 보고 아이들이 5·18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서영민씨는 5·18을 기억하기 위해 목포에서 가족과 묘지를 찾았다. “학교에서 5·18을 배울 때는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민숙(72)씨는 그의 가족 10명과 함께 5·18묘지에 왔다. 한씨는 “이곳에 온 전두환 손자를 보며 나는 5·18묘지에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들과 5·18을 기억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최서혜 5·18묘지 안내팀 담당자는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오는 사람들이 518번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518번 버스에 대해 말했다. 518번 버스를 타고 망월동 시립공원묘지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은자(84) 씨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보기 위해 망월묘지 왔다”며 “동구 월남동에서 금남로까지 가서, 518번 버스로 환승했다”고 말했다.

헬기 사격 증거 ‘탄흔’ 보존한 전일빌딩245도 지나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구 도청)에서 내리면 헬기 사격 증거 ‘탄흔’ 보존한 전일빌딩245를 발견할 수 있다. 해당 건물 9층과 10층, 3층에 위치한 5·18기념공간에서 245개의 탄흔과 헬기 사격 증언을 토대로 만든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10층에서 9층으로 구성된 전시실에서 1980년 당시 조선대학교 4학년이었던 위성삼(68)씨가 해설한 지는 1년째다. 위씨는 5월 항쟁 기간의 기억을 전일빌딩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5·18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일빌딩245가 지닌 의미에 대해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탄흔들이 헬기 사격의 증거”라며 “이를 통해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일어난 국가 폭력의 잔인함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9일 전일빌딩245 10층 5·18기념공간
지난달 9일 전일빌딩245 10층 5·18기념공간

전남대학교 84학번 백광선(58)씨는 아들과 함께 온 5·18기념공간에서 1980년대 광주를 떠올렸다. 광양 출신인 그는 “언론 탄압으로 인해 5·18에 대한 역사 왜곡을 알지 못했다”며 “대학에 입학하고 데모와 행사를 통해 5·18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백광선씨의 아들 백원기(28)씨는 “탄흔을 실제로 본 것이 인상 깊다”며 “이 공간을 통해 5·18을 기억하고, 아버지의 대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 18일이 생일인 문선영(41)씨는 자녀들에게 5·18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전일빌딩을 찾았다. 중학교 1학년인 문씨의 딸 김은채(13)씨는 “학교에서 배운 5·18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일빌딩245의 5·18기념공간 관계자는 “당시 발포 명령이 있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기획했다”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가진다”고 전했다. 위씨는 “하루에 150명에서 200명 정도가 찾는다”며 “5월이 되면 하루에 1,000명 넘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5·18을 상징하는 518번 버스는 1980년 당시 상무대가 있던 상무지구를 시작으로 △5·18자유공원 △5·18기념공원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구 도청) △전남대학교 △국립5·18민주묘지 등 5·18 사적지를 지난다.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의 이름은 원래 25-2번이었으나 5·18 사적지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2004년 518번으로 바뀌었다. 518번 버스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67개의 정류장을 지나고 2시간이 소요된다. 배차 간격은 평일 기준 30분이며 10대의 버스가 하루에 30회 운행된다. 하루 이용객은 200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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