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송암동 일대 발포 사건 다뤄
사진·비디오 자료 없어
증언 토대로 시나리오 작성

탕, 탕, 탕! 1980년 5월 24일 송암동, 총성이 들린다는 소식에 시민군인 최진수 일행들은 총기를 회수하기 위해 마을로 향한다. 그러나 소식과 달리 송암동 일대의 주민들은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함께 저수지에서 놀며, 마을 주민들은 서로 안부를 나눈다. 시민군 최진수 일행이 마을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수부대 행렬이 멀리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유 없는 발포. 송암동 일대를 지나던 계엄군은 시민군과 송암동 주민들을 향해 총을 쐈다. 발포 대상에는 저수지에서 놀던 어린아이들도 있다. 이날 저수지에서 ‘확인된 5·18민중항쟁(5·18) 사망자 중 가장 어린 희생자’인 초등학생 전재수(11)와 중학생 방광범(12)이 사망한다. 또한 광주 시내에 사는 아들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송암동을 지나던 아주머니 박연옥(49)도 계엄군에 의해 사망한다.

한편 공수부대의 행렬을 시민군으로 오인한 전투교육사령부 교도대 소속 계엄군들은 공수부대를 집중사격 하기 시작한다. 이 오인교전으로 공수부대원 9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은 부상당했다. 아군끼리의 교전으로 피해를 입은 공수부대는 분노했고, 인근에 있던 시민군과 마을 주민들을 체포해 간다. 이때, 시민군 최진수 일행 중 한 명이었던 김 군도 계엄군 하사의 발포로 현장에서 즉사한다.

시간이 흐르고, 해 질 무렵 전재수의 어머니와 형인 전재룡은 사망한 전재수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전재수의 실제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이 놓이고, 그 뒤로 송암동 사망자들의 영정사진이 이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 장교가 20여 명의 민간인들을 줄 세워, 차례로 총을 쏴 사살한다. 장교에 대해 이조훈 감독은 “제보자에 의해 인물이 특정돼 있고,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계속해서 취재하며, 반복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며 “마지막 장면에 나온 계엄군을 다음 작품에서 다루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엔딩크레딧에서는 영화에 등장한 ‘송암동 민간인 학살 사건(송암동 사건)’의 생존자 인터뷰가 나오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송암동 사건을 더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재연한다. 시나리오의 90%는 증언을 토대로 한 것이며, 대사도 증언을 그대로 바꾼 것이다. 이는 송암동 사건이 사진이나 비디오 자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오직 기록과 증언뿐이다. 이 감독은 “증언을 토대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데, 증언이 꼭 필요한 계엄군들은 먼저 죽었거나, 최근에 이미 죽었다”며 “생존해 있는 계엄군들조차도 잘 이야기해 주지 않아서 증언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취재 당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송암동>의 주요 인물인 시민군 최진수가 1988년 있었던 광주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영상도 영화 중간에 등장한다. 영상 속 그는 광주 청문회에서 당시 상황을 칠판에 그려가며 설명한다.

5·18 당시 8살이었던 이 감독은 광주 송암동에서 산 하나만 건너면 있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들려오는 총소리와 헬기 소리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이 감독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형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전재수와 방광범이었다”며 “어머니께서 ‘너도 나가면 그렇게 죽으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했었다”고 어릴 적을 회상했다. 송암동 사건은 2021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로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송암동 피해자와 계엄군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감독은 <송암동> 제작을 위해 약 2년간 100여 명의 피해자들과 계엄군들을 만났으며, 현재에도 계속해서 송암동 사건의 당사자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는 “더 조사가 되면, 영화 시리즈로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송암동 사건 관련 자료를 보고, 당사자를 만나 증언을 들으면 트라우마가 전이되는 느낌을 받는다”며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송암동>이 5·18에 관해 계속해서 취재하고 탐사할 수 있도록 독려해,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영화를 제작하게 된 뜻을 밝혔다.

다큐멘터리 <서산개척단>(2018)과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2020)을 제작한 이 감독의 <송암동>은 5·18을 다룬 그의 두 번째 영화이다. 전작인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이어 5·18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이 감독은 “5·18 이후 40여 년이 지났는데 아직 진실이 전부 밝혀지지 않았고, 더 끔찍한 사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서 이걸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송암동> 특별상영회의 참여후원을 위한 펀딩을 오는 27일까지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송암동 사건을 연재 기사로 보도했으며, 현재 12화(5월 12일 오전 5시 기준)까지 나왔다. 특별상영회는 서울 용산 CGV에서 5월 15일(월)과 6월 2일(금), 광주 극장에서 5월 18일(목)과 6월 3일(토), 저녁 8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1980년 5월 24일 광주 송암동, 효천역 일대에서 일어난 송암동 사건을 다룬 논픽션시네마 <송암동>의 언론공개회·기자간담회는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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