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월세 부담에 원룸도 ‘사치’
‘민달팽이’ 대학생들이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장지환 씨(문화콘테츠·15)는 “원룸은 보증금과 월세가 부담이 된다”며 “원룸보다 싼 월세 20만원대 정도의 고시원에서 산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대학 주변의 원룸 시세는 보통 보증금 100-200만원에 월세는 30만 원대이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ㄱ 씨도 고시원 생활이 답답해서 원룸을 알아봤지만 도저히 무리였다. 부모님 도움 없이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생원룸실태조사(2015)’에 따르면 수도권 원룸에 사는 대학생이 평균 월세로 42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78.9%였다. 또 대학생 72.2%가 주거비를 지불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고시원 민달팽이의 고단한 삶
ㄱ 씨는 고시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말한다. 옆 방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얇은 벽을 두고 생활하는 고시원에서 드라이기 소리조차 눈치가 보인다. 작은 침대와 책상만으로 꽉 찬 방에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경우도 태반이다. 그 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뿐이다. 조리 시설이 없다보니 끼니는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다.

이러한 ‘주거 빈곤층’은 전국 1인 청년가구의 23.6%(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2010)를 차지하고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인 주택과 불량 환경에 내몰린 청년의 삶도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포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기하고 산다는 ‘오포세대’까지 생겨났다. 고시원에 사는 취업준비생 황보정란 씨(22)는 “아르바이트 하며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곳은 고시원뿐이다”며 “인간다운 생활환경을 포기하고 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안으로 ‘공유주거’ 출현
대학생들의 주거 실태가 문제가 되다 보니 개인적인 차원에서 대안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명이 집값을 같이 부담해 고시원보다 좋은 환경에서 같이 살자는 의미의 쉐어하우스, ‘공유주거’ 바로 그것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공유주거를 목적으로 시작된 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함께 비용을 마련해 주택을 장기 임대한 후, 이를 조합원들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형식이다. 장기계약과 공동생활로 임대료와 생활비를 낮추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재섭 씨(26)는 “1년 넘게 서울에서 4명의 학생과 함께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다”며 “공유주거는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배우는 장점도 있지만 공동생활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서도 셰어하우스를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셰어하우스 1호점을 시작한 김지형 씨(독어독문·06)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의 혼자밖에 없는 외로움이 없어질 것이다”며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간다면 큰 배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3면>
쉐어 하우스 거주자 김재섭 씨는 ‘공유주거’가 주거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 씨는 “공유주거는 사회, 경제적 조건에 의해 궁여지책으로 생겨난 것이며 주거난을 해결할 대안은 아니다”며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나서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대안 필요
대학에서도 청년 주거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달부터 ‘모두의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8명이 각각 20만원을 내고 아파트를 임대해 함께 살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정상엽 부총학생회장(지구환경과학·06)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단 기숙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와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희 교수(생활환경복지)는 “고시원은 화재가 나면 위험한 공간이고 원룸은 소음이 문제다”며 “합리적으로 주거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와 대학 중심에서 기숙사를 늘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