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 편의점입니다. 또 오세요~” 한 달 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적은 임금,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무시하는 손님들, 열악한 노동환경에 “이걸 왜 하나” 싶었다. 주말이면 오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편순이가 되는 기자의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다
“시급은 4,000원이야. 원래 계산하는 단순노동은 최저시급 안줘.”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설렘은 사장님의 한마디에 사라졌다. 4,000원이라니! 최저임금 5,21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불만이었지만 쉽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평생직장도 아닌데 “최저임금 5,210원으로 주시죠?”라고 말했다가는 ‘괜히 서로 얼굴만 붉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평일에 학교와 신문사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내가 주말 일자리를 다시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취직 시 근로기간, 업무내용, 휴게시간, 임금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계약서를 기본적으로 작성해야하지만 사장님은 근로계약서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부당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에서 제시한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2013년 기준)’에 따르면 대학생(395명 응답) 78%가 부당한 사례를 경험했다. 부당한 사례는 ▲연장근로(30%) ▲임금체불(26%) ▲낮은 임금(22%) 순 이었다.

전승준 씨(해양기술·13)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7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도 당연히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신고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꺼려졌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주말은 사라졌다. 친구들을 볼 시간도 밀린 드라마를 볼 여유도 없다. 일단 돈이 필요해 시급 4,000원에 4대 보험, 야간수당, 식대, 초과수당, 휴식시간까지 그 어떤 보장도 되지 않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저 하인은 아닌데요”
편의점의 주요 손님은 담배를 사러오는 아저씨들. 요즘은 담뱃값 인상으로 사재기를 하려는 손님이 많다. 하지만 “하루 2보루 이상은 판매가 불가하다”고 설명하면 손님은 대뜸 우기기 시작한다. 법이 그렇다는데, 왜 나한테 따지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다.

담배손님 못지않게 즉석식품을 즐기러 오는 중·고등학생들도 상당하다. 밥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플 나이에 학원에서 공부하다 오는 학생들을 보면 짠하기도 하다. 마음으로나마 ‘열심히 공부하다가 왔구나, 기특하다’고 응원했는데 이런, 배신이다. 아이들이 휩쓸고 간 자리는…. 잠시 한눈을 팔면 다 먹은 컵라면을 그대로 놔두고 도망간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범인을 잡아내고 말테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 도선인 기자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모습.
간혹 편의점을 카페나 호프집으로 착각하는 이도 있다. “핸드드립 커피는 없죠?”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캔맥주 더 갖다 달라”며 계속해서 주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의문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무시하는 경향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 있다. <청년유니온>이 조사한 ‘아르바이트 청년 감정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노동자(255명 응답)의 73.3%가 고객의 무리한 요구 및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3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오고 있는 대학생 박진나 씨는 “편의점에서 일할 때 종종 무례한 손님을 만났다”며 “기분이 많이 나빴다”고 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퇴근 1시간 전, 오후 10시가 되면 바빠진다. 사실 10시부터는 야간수당(계약된 임금의 50% 추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야간수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당한 노동 권리에 대해 주장하지 못한 이유는 교육의 문제인지 내 성격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퇴근 전 매장을 점검한다. 많이 나간 물건은 창고에서 갖다 채운다. 주로 컵라면, 봉지과자, 담배 등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즉석식품은 폐기로 등록한다. 이 폐기들은 내 밥이 되기도 한다. 따로 밥 먹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슬쩍 먹곤 한다. 맛도 그대로고 탈이 난적도 없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정산을 한다. 만약 돈이 비면 그 돈은 임금으로 채워야 한다. 시급 4,000원이 날아가는 건 한 순간이다. 그만큼 나의 노동력이 낭비됐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어떤 날은 오후 11시가 가까워져 퇴근할 생각에 신이 났지만 다음 사람이 오지 않아 1시간이나 연장근무를 해야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연장근무 수당은 사장님께 내일 말해봐야겠다”싶었지만 결국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고된 아르바이트의 하루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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