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10명 중 1명이라도 '장애인이 이렇구나' 알면 만족

인터뷰 사진은 작가의 개인적인 이유로 삽화로 대신합니다.
삽화 제공=청보리 작가

당연한 것들이 있다. 으레, 자연히 알고 ‘보통’이라 여겼던 것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될 때, 본래의 세계가 깨질 때를 만나게 된다. 네이버 웹툰 ‘원뿔러스원’ 청보리작가(25)가 만났던 세상도 그랬다. 초등학교 때 가족을 주제로 한 글짓기를 발표하던 순간 아이들의 정적을 잊지 못한다. 당연하다 여겼던 아버지의 모습이 남들의 눈에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었다.

청보리 작가의 네이버 웹툰 ‘원뿔러스원’은 머리 위 두 개의 뿔이 당연한 세상 속에서 ‘원뿔 장애’를 가진 두 소년 한도림, 원산과 뿔이 하나만 있는 장애인을 노리는 범죄자와의 긴장감 넘치는 학원 스릴러다. 지난 7일 인천 주안역에서 청보리 작가 만나 그가 장애인 소재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 그가 생각하는 장애에 대해 들어봤다. 아직 덜 익은 청보리가 자신의 미숙함을 닮아 필명으로 지었다며 웃던 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원뿔러스원' 2화, 3화 가운데
'원뿔러스원' 2화, 3화 가운데

‘원뿔러스원’ 제목의 의미는?
뿔이 하나인 두 사람이 모였다는 의미도 있고, 이제껏 혼자 걸어온 두 캐릭터들이 만나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다.

작품 소재는 어떻게 생각했나.
아버지가 지체 장애인이다. 초등학교 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같은 것 몰랐다. 아버지도, 아버지 지인들도 몸이 불편하시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장애인과 일반인이 다른 것은 몸이 불편하다는 정도인데 중학교 들어가고 나니 아이들 사이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만화를 그린다면 꼭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어릴 적 친구들이 놀리거나 그러진 않았나.
놀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엄청 불쌍한 애로 본다. 놀림은 아버지가 많이 당하셨다. 아버지랑 밖에 나가는 경우에 집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버지랑 밖에 나가면 애들이 많이 놀리더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웹툰에도 사진 찍는 장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렇다. 사람들이 웹툰을 보고 과장이 심하다고 하더라. 과장 아니다. 사진 찍는 건 양반이다. 재수 없으면 침을 뱉고 지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있는 있었던 일을 만화를 통해 그리고 싶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의 장애가 부담스럽진 않았나.
그런 적 없다. 복지관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장애를 가졌지만 대단하시다. 장애인의 사회적으로 위축됐을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었다. 장애인인데 이만큼 당당하고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장애인 소재는 자칫 잘못 표현될 수 있어 민감한 소재다. 우려되진 않았나.
소재에 대한 예민성 보다는 장애인들이 보고 기분이 나쁘지 않기를 바랐다.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을 잘못 표현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장애를 가진 분들이 보시고 ‘괜찮다’ 해주신다. 감사하다.

처음 구상한 작품은 ‘감나무’라고 들었는데.
 재미와 메시지를 한 번에 전하고 싶었다. 판에 박은 장애인 소재의 만화도 싫었다. 그래서 스릴러 적인 요소를 섞었는데 감나무의 경우 ‘원뿔러스원’이 소년들이 주인공이라면 ‘감나무’는 범죄자 이야기다. 장애도 현실적인 장애인지라 실례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수위를 낮췄다. 초반에는 개그적인 면도 많이 넣었다. 감나무로 갔으면 15금, 19금? 하하

작품 취재는 얼마나 했나?
대학교 초반 때 장애인 친목회나 캐릭커쳐 봉사활동을 하면서 2년 정도 취재했다. 여러 종류의 장애를 가진 분들을 찾아다녔다.

취재하면서 속도 많이 상했겠다.
속으로 욕할 때도 많았다. 우리는 평생 한 번도 받지 않은 시선을 일상적으로 받아내고 있으니. 속이 상하더라.

비장애인들은 겪어보지 않았으니 장애인을 온전히 이해 못 할 것 같은데.
장애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장애인이구나’하면 좋겠다. 힘든 일인 건 안다. 그래도 비장애인을 대하듯 장애인을 대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에게는 장애인이지만 그들에게는 장애가 아닌 당연한 일이니까.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고자 하는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독자 10명에 1명이라도 장애인은 이렇구나, 하고 조금이라도 알면 만족한다.

작품을 그리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나?
캐릭터에게 미안해 악몽을 꿀 때가 있다. 캐릭터의 성격, 성장배경 등을 설정하다 보면 친구처럼 느껴진다. 캐릭터가 감정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지니까 마냥 행복하게 그려주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마냥 즐겁게만 그릴 순 없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만화가 재밌나?
내 만화?

아니, 직업으로서.
만화 그리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네이버에서 정식 연재 요청 메일이 지난해 8월에 왔는데 만약 네이버가 그 때 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회사에 취직했을 것이다.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모님께 딱 8월까지만 만화를 그린다고 했었다. 운이 참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로 돈을 벌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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