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인문주간 <우리시대의 인문강의>코너의 첫 번째 강연으로 진중권 중앙대 교수(미학)의 강연이 지난 6일 인문대 소강당에서 열렸다.
  ‘미디어적 전환:디지털 시대의 철학’이라는 제목의 이번 강연에서 진 교수는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이는 정보화사회로 진입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재화의 직접적인 생산보다는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에 종사하는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고 산업 자체가 비물질성을 띄고 소비도 비물질성을 띔에 따라 기능보다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처럼 기존의 인식 자체에 대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디지털 문명에서는 컨텐츠가 없으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없으며 촛불집회를 단순히 PD수첩이 배후라고만 생각하고 인터넷을 기반해 발전한 대중의 네트워크를 무시한 정부의 후진성을 비판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있었던 “과연 한국이 산업화시대를 벗어나 완전한 정보화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 교수는 “아마 전통적인 산업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며 사양산업이었던 조선업이 IT, 디자인과 결부되어 한국의 주력 산업이 되었듯 기존의 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되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치 측면에 있어서는 산업 노동자들에게는 생존과 투쟁으로서의 정치가 있을 것이고 촛불집회에서는 유희와 오락으로서의 정치가 존재하듯이 산업화시대와 정보화시대의 두 측면이 서로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 교수가 지적한 대로 국정 수행 능력이 없는 현 정부를 국민들은 어째서 지지했는가 하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부가 분명 과거를 향해 던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뒤로 던지든 앞으로 던지든 무언가를 던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대안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국민들이 있었다”라며 향후 진보진영에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색을 묻는 질문에서는 “나 정도면 보통 유럽의 사민당 정도의 편향도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모순을 풀어 해체시키는 것을 좋아하며 좌파나 우파에 상관없이 상식선에 입각해서 말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민노당의 방식은 낡았다”며 “NL은 농민에 기반한 계열이고 PL은 산업사회에 기반한 계열이다. 두 가지 모두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으며 꼭 민족주의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고 말했다.
  강연 이전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진 교수는 촛불집회에 대해 “촛불집회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는 쇠고기 문제로 인해 우연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해 일어난 사건으로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으나 “그렇지만 대운하, 의료민영화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좌초시켰고 무엇보다도 거리로 나가 일탈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는 사회 공적 사항과 연계되어 6·10 항쟁 이후 온 국민이 거리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촛불집회의 의의를 평가했다. 최근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최진실법’에 대해서는 “그들이 왜 그런 법을 만드냐”며 “자살에 있어서 악플은 계기일 뿐이다. 스타들이 겪는 고뇌는 대중의 급변하는 반응에서 오는 것이고 그로 인한 우울증과 다른 사소한 일도 작용한다”고 했다. 또한 “검·경찰이 일반 시민들의 명예훼손을 일일이 신경쓸 리 없다. 내가 악플을 그렇게 많이 받았지만 그렇다고 경찰이 나를 지켜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며 최진실법은 그 제정의도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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