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일본사회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직접 뛰어다니며 일본의 문화와 매너 등을 이해하고 사업에까지 성공한 이성범 동문은 World Win Technology란 IT회사의 대표이사로 병원이나 호텔 등에 영상을 전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

대학시절 회상할 수 있어 행복
당시 전남대학교는 민주화의 격동기로 하고 싶은 공부나 취미생활보다는 학생운동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 동문은 “이러한 시대에서도 학과 친구들과 상대 뒤에서 라면과 막걸리를 먹었던 기억이 가장 남는다”며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남녀공학고등학교라는 것은 없어 대학시절 전까지는 남자와 여자가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는 대학이라는 곳은 여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학과 여자동기에게 조차 존댓말을 했다. 그는 “대학생활의 꽃이라는 미팅을 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이 동문은 대학을 졸업 후, 전공을 살릭시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의 기억은 대학졸업 후 멈춰져 있다”며 “대학시절이라도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지고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일본은 완벽한 나라
일본 내에 한국의 IT기업들이 많이 들어섰다. 하지만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 동문은 99년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일본의 도시기획에서 일본의 문화와 매너, 비즈니스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관계가 성립되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알지 못한 한국 IT기업들은 한국의 비즈니스처럼 명함만 주고받으면 금방이라도 계약이 성립되는 줄만 알고, 초기에 많은 돈을 투자해 망했다. 이 동문은 “신뢰라는 것은 시간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에서 사업이 성공했다고 일본에서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은 완벽한 나라”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50%~60%의 기술개발을 하고 샘플을 제작하지만 일본은 100%의 완벽한 제품이 나온 후에야 샘플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이 동문은 또한 샘플을 제작할 때에 힘들었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는 일본에서의 사업은 나만의 노하우와 끈기를 이용해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며 “일본의 완벽주의가 가끔은 한국보다 편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살고 있다”며 “한국의 디지털 방식보다 아날로그 방식이 그립다”고 했다. 일본의 대학생들의 컴퓨터 사용은 약 30%이고, 이중 10%는 인터넷을 접하고 나머지 20%는 정보이용, 리포트 작성에만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1km만 걸어 나가면 대형쇼핑몰과 생활에 필요한 레저공간이 많아 인터넷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메일보다는 직접 편지를 전달하거나 모든지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동문은 “한국 같은 경우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모든 일들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일본은 연회장을 보낼 때에 인쇄하고 바로 보내지 않고 반드시 만연필로 코멘트를 직접 넣어 보내는 사람의 마음과 배려심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리더의 결정은 신중하게
하나의 조직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조직의 운명이 걸린 결정에서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살이 빠지면서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며 “그래서 ‘리더는 고독하다’라는 말이 생겼나보다”라고 전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한다는 이 동문은 “운이라는 것은 파도처럼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다”며 “운이 좋으면 판단력도 좋아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리더의 결정이 빗나간다면 팀의 도움을 받음으로써 리더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게 노력해야한다. 그는 “나의 판단이 조직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한다”며 “팀의 도움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팀에게 결정을 맡겼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이 동문의 몫이다.

한국 매너는 일본의 20년 전 매너
비즈니스를 위해 바이어들과 골프를 치는 일이 많다. 이때 뒤에서 일본말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한국인들이다. 이 동문은 “이러한 것들을 보면 한국인들의 매너는 일본의 20년 전의 매너와 다를 바 없다”며 우리나라의 매너에 대해 지적했다.
이 동문의 회사에서는 한국인 직원들에게 일본의 문화나 비즈니스적인 매너에 대해 도와주기 위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관리직이든 영업직이든지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2~3명씩 짝을 지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에게 “회사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발전해야 회사가 발전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했다. 그는 “우리직원들을 통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성숙해 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작은 소망을 내비췄다.

한국인들 어딜 가도 살아남아
3년 전 이 동문은 한국인경영자 모임과 일본인경영자 모임이 함께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일본인 경영자들은 틀에 박힌 것처럼 안전한 곳만 찾아다니고, 자주 가는 술집이나 여행지를 선정해 그곳에서만 여행을 다닌다. 또, 현지 일본인들을 보면 자기들만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그곳에서만 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 경영자들은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 도전의식을 가지고 위험지역이나 난생처음 보는 것들을 접하며 여행을 다닌다. 또, 현지 한국인들을 보면 빈민촌부터 부자촌까지 없는 곳이 없고, 세계 곳곳을 돌아보면 한국인들은 꼭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을 본 이 동문은 “일본인들을 보면 선진국이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고, 한국인들을 보면 도전의식을 늘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인들은 어디를 가서라도 꼭 살아남을 것 같다”고 웃으며 전했다.
전남대학교는 지방대라는 핸디캡을 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한다. 그는 “이러한 것들에게 견제를 받지 않으려면 해외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서는 학벌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이 동문은 “일본 같은 나라는 완벽하게 성숙되어 있어 틈새시장을 노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며 우리 후배들에게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의 틈새시장을 노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에서의 생활은 언어문제와 문화적인 차이로 힘들겠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을 가진다면 꼭 성공할 것이다”고 전했다. <끝>
도쿄 = 박민규 기자 minku0234@nate.com

이성범 동문은
1983년 목포홍일고등학교 졸업
1987년 우리 대학 일어일문학과 졸업
1994년 일본전자전문학교 메카트로닉스과 졸업
1999년 일본 도시기획 퇴사
1999년 (주) World Win Technology 대표이사(일본)
2006년 (주) World Win Media 관리이사(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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