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남대학이 ‘글로컬대학30’(글로컬 사업) 사업에 탈락했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로 접했다. 기사를 확인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를 비롯한 대학원생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은 탈락 이야기로 술렁였다. 보수 정권의 지역대학 길들이기라든지, 학과나 학교 간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대학들만 합격시켰다는 각자의 추측들이 오갔다. 물론 국책사업하나로 운명이 결정될 만큼 전남대학의 입지가 부실한 것은 아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이’라는 위치는 적어도 폐교는 걱정해도 되지 않을 만큼 안정감을 주고 있다. 진짜 위기에 처한 대학은 지역의 사립대학이다.

표층적으로 보면 글로컬 사업의 목적은 인구소멸의 위기에 빠진 지역을 살리고자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 성장을 이끌어 낼 만한 역량을 갖춘 대학을 선정하고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투여하는 이 사업은 대학의 대담한 혁신을 통해 지역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와 문화적인 파트너십 형성하고, 대학의 대규모 구조개혁과 학문 간 융합을 지향한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보면 글로컬 사업은 지역대학의 구조조정, 아니 정리해고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에 소재한 대학은 209개곳인데, 절반에 미치지도 못하는 30개의 대학만을 활성화하겠다는 사업은 과연 정부가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을 떠오르게 만든다. 더욱이 통폐합을 염두에 두고 두 개의 대학이 공동으로 지원하면 신청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조항을 보면 정부가 지원금을 미끼로 자발적인 지역대학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지난 11월 13일 최종 선정된 10개 곳의 대학 중 국립대 7개교이지만 사립대는 3곳뿐이다. 글로컬 사업은 지역에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비수도권 대학 209개 중 사립대와 사립전문대가 171개교인 상황에서 국립대학의 선정 비율이 앞으로도 이렇게 높다면 지역 사립대학의 많은 수가 심각한 존폐의 위기에 놓일 것이다. 지역 대학생들의 대다수가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상황에서 사립대학들의 소멸은 지역청년들의 유출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지역 안에서 대학들의 서열화를 강화하여 연구활동과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할 공산이 크다. 물론 정부가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글로컬 사업이 정말로 지역의 소멸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주인구를 양성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주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의 안정적인 교육과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반은 기존에 있던 지역 역량을 보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의 토대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들이 스스로 몸집을 줄이기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대학들 모두가 스스로 역량을 창출할 수 있게끔 모든 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찬혁(철학과 박사수료)
정찬혁(철학과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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