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매화와 핑크빛 벚꽃이 피고 지니 벌써 5월이다. 중간고사 기간을 마치고 학우들의 옷차림도 시원하게 변화했다. 어느덧 봄을 마무리하고 서서히 여름으로 가고 있음을 느낀다.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학우들은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마스크에서 벗어난,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봄이 물러가고 서서히 여름으로 가는 이 시기에 5·18이 있다. 우리에게 5·18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있게 한 숭고하고 중요한 역사이다. 5·18이 일어났던 광주 지역 사람들과 더불어 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전남대 성원들에게 5·18은 더욱이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자랑스러운 역사일 것이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종종 올라오는 사범대 1호관 ‘5·18민중항쟁도’ 철거 주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5·18민중항쟁도는 1990년 5·18민주화운동 10주년을 맞이하여 5·18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그려졌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바래고 훼손된 기존의 벽화를 전남대 성원들과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2017년 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는 5·18을 주제로 한 전국 대학 내 유일한 벽화로 그 희귀성과 역사성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매년 5월이면 많은 사람이 이 벽화를 보러오기 위해 전남대로 걸음하고 있다.

이 벽화를 두고 에타 내에서 일부 학우들이 철거를 요구하는 글을 종종 올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유를 보니, ‘구시대적이다’ ‘종북·빨갱이·NL(주체사상)·반미 느낌이다’ ‘혐오스럽고 역겹다’ ‘백두산 그림이나 민족해방이라는 글자가 5·18과 무슨 관련이 있냐,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등 부정적이고 나아가 혐오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는 이러한 벽화 철거를 주장하는 내용이 2021년 ‘내일’ 총학생회 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다.

역사, 특히 문화재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자 다년간 5·18 관련 대외활동을 해오고 있는 사람으로서 에타에서 벽화 철거에 대한 글을 볼 때면 분노와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5·18과 관련한 내용이 새겨져 있는 벽화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아 분노의 감정이 올라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부분 교과서로만 5·18을 접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5·18도 벌써 43살을 맞이하였다. 5·18을 단순히 43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군부독재에 항거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로만 바라보기보다, 43년 전 광주시민과 학생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일상’으로의 관점으로 5·18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길과 땅, 일상 곳곳에 5·18 영령들의 희생과 숨결이 남아있음을 느끼고, 5·18을 해당 주간이나 5월에만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전남대라는 공간에서라도 5·18을 일상적으로 기억하고 건강한 시각으로 역사를 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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