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들 스트레스 호소…건강 악화 경험
교육 체계 개선해야

삽화 문주희(문화인류고고‧20)
삽화 문주희(문화인류고고‧20)

저는 지난 여름 방학, 우리 대학 자연대 건물에서 CS(Customer Service, 고객 응대) 현장실습으로 삼성전자 에어컨 상담 업무를 했습니다. ‘Customer Service’라는 명칭처럼 고객의 불만과 그들이 느끼는 문제를 직접 들었습니다.

현장실습에 참여할 당시, 주전공 국어국문학과와 부전공 경영학전공으로 4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 이전에 CS 현장실습을 지원했던 사람들이 있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실습을 하면서 학교 지원금과 현장 실습비를 적지 않게 받을 수 있고 5학점을 이수할 수 있어, 방학 기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친구 중에서도 CS 현장실습에 지원할 의향이 있는 친구가 있었기에 힘든 일인 걸 알았지만 함께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원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3, 4학년의 고학년들이었으며,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경영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았고 실무를 직접 경험하는 일이다 보니 취업전선에 있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평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했으며, 격주로 토요일마다 5시간씩 근무했습니다. 교육은 6일 정도 진행됐고 9주의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업무는 에어컨 부서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강성고객들의 언행이었습니다. 여름철에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대다수의 고객들은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통화량이 많아 바로 연결되지 않고 한참을 기다리는 고객도 있었기에 이미 불만이 쌓여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얼굴을 보지 않고 진행하는 업무였기에 불만이 큰 몇몇 고객이 폭언을 하거나 상담사를 협박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비속어를 뱉는 고객들도 있었으며, ‘죽여버리겠다’는 살해 협박 또한 적지만 발생했습니다.

CS 업무 자체가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른바 ‘감정노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언행을 겪으니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함께 실습한 학생들 대부분 많은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당시 몸이 좋지 않았던 저는 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등의 증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습을 거듭 진행하면서 화가 난 고객들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여러 번의 응대로 키워진 화법과 경험을 통해 업무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폭언과 협박을 듣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에어컨 부서뿐만 아니라 타 부서의 상담 건이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에어컨에 대해서도 지식이 깊지 않은데 타 부서 건이 넘어오게 되면 업무 시스템에 쓰여있는 대로 읽을 수밖에 없어 정확한 응대가 불가능했습니다. 더불어 잘못된 설명하는 일도 더러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문제를 바꾸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가장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교육’이었습니다. 교육은 6일 동안 ‘CS 능력’ 파트와 에어컨의 종류와 기계적인 부분을 다루는 ‘기술’ 파트로 나눠 받았습니다. 삼성전자에서 판매하는 에어컨의 개수와 종류가 너무나도 많고, 에어컨 내부에 기능과 옵션들도 가지각색으로 다양한데 6일 만에 그 모든 것에 깊이 있는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실습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이 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투입되다 보니, 업무 시스템과 제공받은 교재를 찾아보는데 시간이 흘러 고객을 빠르게 응대할 수 없었습니다. 고객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서 상담사와 연결됐는데, 상담사의 지식이 떨어지니 실망하고 화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진행된 것입니다.

CS 현장실습의 경우, 분반마다 CS 강사 2명과 기술 강사 2명이 배치됩니다. 하지만 한 분반의 인원은 약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사의 수가 다소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CS 업무 특성상 기술 강사보다는 CS 강사님들의 도움이 더욱 필요했는데, 강사가 한 학생을 옆에서 직접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더욱 체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CS 강사님들은 학생들 옆에서 지도하는 업무 말고도 학생들이 처리한 상담 건 수정 등 여러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지인(국어국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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