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학번’ 학생회 필요성 실감 못하는 분위기
“개인 출세 위한 발판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현실”
단과대 간 교류 활성화, 학생들에게 학생회 필요성 어필해야

대의원제, 감시 기구 활성화 등 다양한 총학 개선 방안 제시

우리 대학 총학생회(총학) 선출이 부침을 겪은 지는 오래지만, 학생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논하는 자리는 전무한 상황이다.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가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대신문>이 학생회 대표와 재학생을 초청해 논의장을 열었다. 좌담회는 정윤중 사범대 회장(교육·18), 류경권 사회대 부회장(행정·21), 강인균 씨(사학·17), 김장승혁 씨(정치외교·17)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일 신문방송사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우리 대학 자치기구를 평가한다면?

김장승혁 씨(정치외교·17)
김장승혁 씨(정치외교·17)

김장승혁(김장) : 총학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편이다. 집단 내 소속감이 많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총학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총학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강인균(강) : 우리 대학 총학은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21세기 들어서 학생 운동이 수그러들면서 총학의 역할이 바뀌었다. 정치적 단체에서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고, 학내 문제에 집중하는 단체로. 하지만 우리 대학 총학은 아직 정치권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 같다.

정윤중(정) : 정치권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지금 총학에 출마하면 “너 정치하게?”라는 소리를 먼저 듣게 된다. 아무래도 총학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류경권(류) : ‘내일’ 총학에서 활동했었다. 21학번이다 보니 과거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작년 총학은 학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던 것 같다. 과거 총학에서 몇 가지 사건·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총학은 학생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은 학생회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사회과학대학 부학생회장 류경권 씨(행정·21)
사회과학대학 부학생회장 류경권 씨(행정·21)

류 : 코로나 학번이다 보니 학생회를 통해 많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 학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학생회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학생회가 없는 상황을 더 익숙해하는 것 같다. 더구나 사회대는 4년 동안 학생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 :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표의 이미지보다는 행사를 기획하는 행사 전문가의 느낌이 강해졌다. 축제 기획도 학생회의 역할임은 분명하지만, 행사 위주의 단편성 응원 사업에 치우치는 것은 아쉽다.

강 : 같은 지역 다른 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총학을 한다고 했을 때 “차 한 대 뽑겠네”라는 말을 한다더라.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총학이 정치 등용문 혹은 개인의 출세를 위한 발판 정도로 비추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김장 : 총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총학은 학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투쟁 단체로 변화했다. 하지만 학생 운동이 수그러든 지금은 총학이 친목 단체 내지는 이력서에 넣을 스펙 정도로만 여겨지는 실정이다.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인균 씨(사학·17)
강인균 씨(사학·17)

강 : 기존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학생회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정치에 효능을 느끼지 못하면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는다. 얼마 전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정 : 정치 효능감 발언에 크게 공감하는 바다.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이상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거기다 단독 후보였던 선거가 많아서 학생들이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김장 : 학생 운동이 수그러드니까, 운동을 주도한 총학도 함께 외곽으로 밀려난 것 같다. 학생을 위한 총학의 치열함이 줄어들었는데, 학생들의 관심이 여전할 수는 없다.

류 : 학생 자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상 취업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면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생회 활동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봉사 정신이다. 하지만 요즘은 남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학생 자치 관심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사범대학 학생회장 정윤중 씨(교육·18)
사범대학 학생회장 정윤중 씨(교육·18)

정 : 단과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단과대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 업무를 하면서 총학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총학이 하려는 일에 단과대 학생회가 협조하고, 더 나은 정책 실행을 도와야 한다. 그러면 학생회가 학생들의 불편한 점을 적절히 긁어줄 수 있고, 총학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류 : 학생들이 학생회에 대한 효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사회대 옆 은행나무나 로터리 공사 같은 것들은 학생회가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는 문제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다. 학생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과 학교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강 : 학생회의 활동을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내 게시판은 이런저런 단체에서 만든 자보로 미어터지는 실정이다. 게시판에 종이를 붙여놓아도 학생들은 보기 힘들다. 단과대마다 전자 게시판이나 모니터 같은 것들을 설치해 영상을 실행해둔다면, 지나가던 학생들도 손쉽게 학생회의 활동들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 게시판이 존재하면 총장과의 간담회도 게시판을 이용해 생중계할 수 있다.

김장 : 학생회는 사회와 학생을 잇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료처럼 무미건조하게 요구받고 행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주도적으로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학내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일종의 감시 기구처럼 목소리 내고, 소수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 자치가 가야할 길은?

진행 김우현 대학팀장(국어국문·21)
진행 김우현 대학팀장(국어국문·21)

강 : 지금 총학 구조를 대통령제라고 볼 수 있는데, 단과대 학생회가 활발하니 단과대 학생회를 기반으로 한 대의원제를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총학생회장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럽다면 권한을 분산해보는 거다. 그러면서 다채로운 학생 사회를 위한 생활 밀착 정치를 추구한다면 줄어드는 학생들의 관심을 다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정 : 총학을 중심으로 단과대 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시기에 줌(ZOOM) 사용법을 모르는 교수가 많아 사범대 내부에서는 교수님들이 줌을 사용할 수 있게 조치했었다. 하지만 다른 단과대는 제안하기가 부담이었다. 만약 이때 단과대 회장 간의 교류가 있었다면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장 : 학생회는 확장성을 지녀야 한다. 사회와 학생을 연결하고, 우리 대학의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류 : 학생회를 견제하는 감시 기구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견제하는 사람이 없으면 학생회는 편하다. 그러나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단과대 학생회부터 총학까지 이를 수 있는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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