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식당 내달 1일부터 5천원으로 500원 인상…“학생식당도 물가상승 못 피해”
상대 뒤 일부 식당 메뉴 천원 인상…“용돈 부족해서 알바 늘리기도”
원룸 임대료 작년 대비 5.4% 상승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플레이션은 이곳저곳에 손길을 뻗는다. 그중에서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인플레이션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알아봤다. 대학생들이 물가 상승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처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내려가는 아파트값, 올라가는 원룸 임대료
“뉴스에서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야기와 대학가의 집값 사정은 다르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룸의 임대료가 작년에 비해 5.4%상승했다.”

상대에 위치한 한 부동산의 공인중개사 ㄱ 씨의 말이다. 그는 “대학가 주변의 집은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으로, 인건비나 건축 자재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대학가 주변의 임대료가 아파트의 경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상대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박헌재 씨(37)는 전보다 부동산의 거래가 줄어든 것을 느낀다. “작년 10월까지 거래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최근 동료에게 아파트 거래를 한 달에 한 건도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과 함께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작용해 거래가 많이 성사되지 않는 것이다. 이어 박 씨는 현재 부동산의 상황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지속적인 금리 변동과 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달 평균 지출 10만원 올라

작년부터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설현 씨(행정·21)는 식대 지출을 줄이기 위해 기숙사 의무식을 5일 1식에서 7일 1식으로 바꾸었다. 김 씨는 “급격히 올라가는 배달료나 음식값이 부담스러워 기숙사식을 늘리게 됐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주거뿐만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식탁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 씨는 이외에도 지출을 줄이고, 신중하게 소비하고자 한다. 그러나 “작년에 비해 한 달 기준 최대 10만 원 정도 돈이 더 나간다”고 말했다.

기숙사생 ㄴ 씨의 식비는 생활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ㄴ 씨는 “식비로 인한 지출이 많다 보니, 간단히 편의점에서 밥을 사 먹으며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며 “이렇게 해도 자금이 부족해져 최근에 알바를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태령 씨(사회·18)는 상대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 “현재 상대 음식의 가격은 7,000~8,000원으로 2018년과 비교해 3,000원가량 상승했다”며 “2년 전보다 1.5배 정도 식비가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저렴한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며,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한 끼로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이제 몸도 적응하고, 사는데 지장도 없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자취 7개월 차인 전주교육대학교 최주미 씨(영어교육·21)는 “하루에 두 끼를 학교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며 “작년에 비해 한 끼에 3,000~4,000원 정도를 더 지출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터넷이나 학교 근처 마트에서 과일 가격이 올라간 것을 봤다”며 “과일 가격이 비싸 자취하면서 자주 못 먹게 되었다”고 말했다.

식대만 올랐나? 유가도 올랐어!
일주일에 3번 정도 차로 통학했던 박익선 씨(행정·21)는 기름값이 부담되어 불편함과 시간적 문제를 감수하고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그는 “예전과 같은 액수로 기름을 넣었는데, 기름을 새로 넣어야 하는 주기가 짧아졌다”고 말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박 씨와 그의 가족은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그는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공유한다”며 “주유소를 지나칠 때마다 기름값이 적힌 표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자취한 지 1년 7개월 차 김자은 씨(21)는 전기세 인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작년에 비해 전기세가 2배나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월말이 되면 돈이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태령 씨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자제품을 커스텀 하는 취미를 즐기기 어려워졌다. 김 씨는 “관련 제품이 외국에 많이 있어 해외직구를 해야 한다”며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돈을 보내야 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그 비용도 증가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형마트 저가 마케팅, 그림의 떡

최근 방송에서 물가 상승을 겨냥한 대형마트 저가상품이 화제에 올랐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다. <전대신문>이 만나본 학생들은 대형마트의 저가 마케팅에 대해 ‘합리적이다’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어 좋다’는 긍정적 의견과 ‘소상공인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 의견을 모두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학생들은 저가 상품을 찾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학교 근처 마트나 편의점을 자주 이용했다. 최주미 씨는 “대형마트가 근처에 없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겨냥한 대형마트의 저가 마케팅은 대학생들에게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전대신문>이 만나본 대학생들의 가장 큰 지출은 ‘식비’였다. 실제로 그들에게 물가 상승은 끼니에 대한 문제로 직결했다. 학생들의 식비 상승과 대학가 식당의 물가 상승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대학 상대 부근 식당 10곳을 돌아보았다. 본지가 지난 5월 조사한 것과 비교해 ‘돈부리’와 ‘엄니’는 전체 메뉴 가격 변동은 없었다. <전대신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학생 식탁에도 영향’ 기사 참조> ‘천지연’은 2학기부터 메뉴 일부를 500~1,000원 정도 올렸다. ‘맛쓰리’는 5월 이후 500원씩 가격을 더 인상했다. 음식점 10곳 중 2곳은 가격 변동이 없었고, 나머지 8곳은 올해에 평균 500원씩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우리 대학 제1학생마루(일생)도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었다. 일생은 10월 1일부터 메뉴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는 지난 8월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었다. 일생식당 외부업체 김영규 대표는 “국내외 상황이 겹쳐 물가 상승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식당 운영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 햇들마루는 아직 메뉴 인상에 대한 소식은 없다. 다만 햇들마루 조수진 영양사는 “식재료, 인건비, 전기세까지 모두 올라서 이 가격으로는 계속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물가 상승은 무언가를 ‘덜’하게끔 만들었다. 학생들은 덜 쓰고, 덜 먹고, 덜 이용했다. 김설현 씨는 “대학생들은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마음 편하게 용돈을 받기도 그렇다”며 “그래서 물가 상승이 더욱 부담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라는 특정 범위 내에서 물가 상승은 학생들에게 여러 ‘포기’를 끌어들였다. 그렇게 무언가를 포기하고,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대학생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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