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예산·공간 환경이 학생에게 지우는 무게
“부담 줄여 달라”…관행 지우고 투명한 지원 방안 논의해야

예술대 미술학과 5개의 전공 중 4개 전공과 디자인학과는 졸업전시 대관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고 있다. ㄱ 전공의 경우 1~3학년에게 매년 약 6만원씩 걷어 4학년의 졸업전시 공간 대관료를 부담한다. ㄴ 전공은 4학년 졸업생 인원수로 비용을 나누어 대관료를 지불하고 있다. 전공별 평균 10명 안팎의 인원이 100~300만원(공간별) 되는 대관료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약 10~30만원 정도의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대관료 이외의 부대비용은 별개다.

<전대신문>이 실시한 미술학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학생은 “4학년의 졸업전시를 위해 후배들에게 돈을 걷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지출되는데 전시관 대여에만 개인이 몇 십만원씩 내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며 “다른 전시할 곳을 물색하는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여 이 문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술학과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 세부 내용을 당장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졸업전시 비용 부담이 학생 개인에게까지 가게 된 데는 예술대에 이렇다 할 전시 공간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우리 대학 예술대 2호관에는 ‘SpaceA’라는 전시실이 있다. 하지만 졸업전시 장소로 활용하기에 공간이 협소하고 찾기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어 졸업전시를 열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다.

학내에서 여러 전시를 진행하는 용지관 기획전시실(480㎡)은 어떨까. 이곳의 기획전시실의 대관료는 4시간당 30만원이지만 ‘전남대학교 교육시설물 사용 규정’ 제8조(사용료징수) 1항에 따르면 교내 기관(부서) 또는 단체의 경우 교육시설물 사용료를 감액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기획전시실 관계자는 “교내 졸업전시의 경우 학과에서 공식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면 무료로 대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술학과 일부 학생들은 예비 작가로서 각자의 진로를 위해서라면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뛰어난 유스퀘어 금호갤러리가 매력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졸업전시는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미술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졸업전시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한 미술학과 ㄷ 씨는 “마지막 전시인 만큼 돈이 많이 들더라도 멋지게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예술대만의 졸업전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제민 미술학과장(서양화)은 “전남대에 규모 있는 미술관이 지어진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내에서 전시를 치름으로써 고가의 대관료나 운송비 등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른 지역의 거점 국립대에는 모두 미술관이 있는데 우리 대학에만 없는 실정”이라며 “이는 졸업미전의 문제를 떠나 예향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의 문화적 위상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술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설문의 주관식 답변을 통해 “전시관 설치 등 학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전시실이 구축되면 전시 대관이나 작품 이동 비용을 절감하고 접근성도 좋아 오히려 타 학과 학생들도 전시를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조선대)에는 미술대학 2층에 위치한 ‘조선대 미술관’과 본관 1층 중앙에 위치한 ‘김보현 미술관’이 있다. 대관 전시가 위주인 조선대 미술관은 학생들이 전시를 위해 무료로 대관을 할 수 있다. 최의연 조선대 미술대학 부학생회장(디자인공학·19)은 “학내에 이러한 공간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의 작품이 존중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작품을 이동시킬 때도 층간 이동만 하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말했다. 조선대 미술대에 재학 중인 이지민 씨(시각디자인·21)는 “미술대학의 모든 과가 전시를 하다 보니 서로 교류하고 자극받을 수 있어 좋다”며 “학생들의 명함을 구비해두면 교내외에서 많이 오셔서 가져가시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미술학과 학생들은 본부의 예산 확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2년 대학회계를 보면 예술대학에 배정된 예산은 총 2억 177만 2천원이다. 예술대학 추가 지원금 확보 가능 여부에 대해 기획조정과 재정관리팀 이경욱 씨는 “현재로서는 예술대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단과대 지원금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운영 계획을 참고해 모든 대학에 공정하게 예산을 배정한다”며 “다른 단과 대학에서도 지원금 수요가 많은 만큼 예산 변경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답한 미술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들 졸업전시 비용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미술학과 ㄹ 씨는 “졸업전시는 예술대 특성상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부담스러운 재료비와 대관비 때문에 작품의 스케일이 줄어든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졸업전시가 부담스럽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미술학과 학생들의 말에 응답하기 위해서라도 졸업전시 지원 방안에 관한 공론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건축학과는 공과대학 2호관에 위치한 ‘영명홀’에서 지난 15~17일 졸업전시를 진행했고, 작년에는 우리 대학 정보마루를 활용해 졸업전시를 열었다. 의류학과의 경우 올해 상상유니브의 지원을 받아 지난 15~17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졸업전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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