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달리는 물가…천연가스·상품 가격 크게 올라
한국은행 기준금리 2.5%로 인상…사상 첫 4차례 연속 인상 보여
정부, 물가 부담 완화 위해 ‘추석 민생안정 대책’ 마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이는 1998년(7.5%)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난 인플레이션이다. 치솟는 식자재 값은 다가오는 추석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했다. 이를 겨냥해 대형마트에서는 비용을 절약하려는 소비자를 상대로 최저가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우리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소비의 방향성을 알리기 위해 과거·현재·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육하원칙으로 정리했다.

Who - 인플레이션, 그는 누구인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발생 원인은 주로 세 가지 요인이다. 첫 번째는 공급 감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주요 밀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공급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상승하였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까지 이어졌다.

두 번째는 통화량 증가이다. 정부의 민생 지원 등 시중의 통화량이 증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화폐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사회에서 유통되는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에 1,000원인 우유가 화폐가치 하락 후에는 우유를 사는데 1,000원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마지막은 수요 증가다. 최근 천연가스의 수요가 증가하며 원료비가 증가하고 있다. 한정적인 양과 다르게 증가하는 수요는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When·Where - 전쟁과 질병, 물가상승 초래

인플레이션은 흔히 전쟁이 일어난 시기에 발생했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등이 그 사례이다. 주로 전쟁 비용과 배상금을 메꾸기 위해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냈고, 이는 국내 통화량을 증가시켜 화폐가치를 떨어뜨렸다.

올해 2월 24일에 있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 두 나라 간에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물자의 공급이 끊기면서, 각 나라가 주력으로 수출하던 상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 현상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밀, 옥수수 등 여러 식량이,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공급 중단 품목에 해당한다. 더불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옹호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경제’를 실시하면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일도 있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등장하며 각국에서는 여러 활동들을 제한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방역 정책을 펼쳤다. 여행, 영화 관람 등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걸려 소비가 위축됐다. 소비 감소는 생산 감소로 이어졌고, 이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물가 상승을 초래했다.

What - 지속된 물가상승에 서민 지갑 허덕

그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변동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 기조를 반영하여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 2.5%로 올렸다. 이는 4, 5, 7월에 이은 사상 첫 4차례 연속 인상이다. 소비자가 1년간 체감한 물가상승률인 물가 인식은 5.1%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천연가스값이 급속히 올랐다. 국내의 경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수급받지 못해, 천연가스 비축률이 지난해(53%)와 비교해 현재 34%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0월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서울시는 심야택시난 해소를 위해 택시 기본요금을 20% 인상하고 심야 할증 시간을 22시로 당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뿐만 아니라 택시 연료인 LPG 가격이 지난 2년간 759원에서 1,100원으로 45% 상승한 배경이 있다. 휘발유·경유 하락에 한숨 돌릴 틈 없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물가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여름 중부지방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가 컸던 탓에 채소류 물량은 반으로 줄었다. 배추와 무는 지난해보다 90% 넘게 올랐으며, 시금치와 상추의 오름폭도 80%를 넘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라가는 여러 품목이 연이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물가 감시센터의 조사에서는 올해 차례상 예상 비용을 작년보다 5.9% 높은 31만 8,097원으로 예측한다.

How - 물가상승 대처하려는 정부와 기업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부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손실보전금’에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새출발기금’을 신설했다. 또한 다가오는 추석에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농·축·수산물을 구입할 때 20~30% 할인을 지원하는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 중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급격히 오르는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최저가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2만 원 프렌차이즈 치킨을 비웃듯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선보였다. 이에 경쟁하듯 이마트는 5,98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 롯데마트는 8,800원짜리 한통치킨을 내놓았다.

Why - 왜 인플레이션을 알아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각자에게 다른 모습과 크기로 찾아온다. 저소득층에게 인플레이션은 ‘포기’를 가져다주었다. 지난 7월 신선식품 물가가 13%가량 상승하며 저소득층에게 영양가 있는 식사는 더 멀어졌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영양 불평등이 심화하며 영양 격차가 커지고 있다.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의 소득 대비 지출은 117%였다. 버는 돈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지킬 수 있는 것은 건강도 더 나은 삶도 아닌 ‘생존’이었다.

인플레이션 속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또 있다. 다가오는 추석에 맞춰 상품을 준비해야 했던 상인들이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채소 생산량은 감소했고 가격은 상승하여 평소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특히 올여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상인들은 수해 복구까지 하느라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리 확보한 물건은 피해로 인해 못 쓰게 됐고, 새로 물건을 구하려면 더 높아진 물가를 감당해야 했다. 그들에게는 다가오는 추석을 준비할 겨를도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었다.

인플레이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불청객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의 수치에 가려진 삶의 고난을 들여다보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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