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러시아 공습에 지하철역에 몸 숨겨
“우크라이나 공격한 대가 반드시 치러야 해”

 

“부차 출신의 여자아이들이 강간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했다. 전쟁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떤 나라는 러시아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나 가스가 아이들의 피보다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자기 일이 아니니 상관없다는 다른 나라들의 중립적인 태도가 마음을 괴롭힌다.”

키예프 국립어학대학교(Kyiv National Linguistic University) 대학원 과정생 올리아 미로노비치 씨(Olia Myronovych, 22)가 지난달 24일, 키예프에서의 폭격 소리로 시작된 러시아 공습에 대해 한 말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4일 푸틴의 방송 연설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을 시작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전쟁. 멈출 줄 모르는 총소리에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의 주요 공격지가 된 곳을 떠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러시아 공습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잊지 않으며 자신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어버린 러시아 공습
키예프에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전쟁 2일 차, 올리아 씨는 키예프를 떠나야 했지만 차가 없어 이동하지 못했다. 사람이 많아 기차를 탈 수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올리아 씨와 그의 가족은 지하철역에 숨었다. 이후 기차역 근처 고모 집에서 차를 빌려 우크라이나 서부로 이동한 그들은 현재 폴란드에 있는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우크라이나 난민센터에 가서 음식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전쟁 시 필요한 물건을 보내기 위해 모금도 하고 있다.

전쟁 때문에 키예프에서 체르니우치로 피난한 아나스타샤 조토바 씨(Anastasia Zotova, 23)는 러시아로 인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문과 뉴스가 퍼졌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러시아 침공 3일 차, 그는 폭발음과 불길을 피해 일상을 버리고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러시아 침략에 맞선 우크라인
“모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3일 만에 패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버티고 있다. 이것으로 우크라이나 존재에 대한 증명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의 사람과 군사력이 얼마나 뭉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아나스타샤 씨와 올리아 씨는 우크라이나의 일반 시민들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단결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리아 씨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사람들은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무자비한 폭력과 되돌릴 수 없는 죽음의 무게를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연대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희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이전처럼 우크라이나는 독립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 촉구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처음 침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군이 점령했을 때 국제사회가 무시하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나스타샤 씨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노력을 떠올렸다.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다시 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열악한 상황과 다른 나라들의 지원 부족으로 실패했다. 그는 “매일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러시아에 의해 야기된 폭력 때문에 죽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때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는 항상 진실을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야 한다. 세계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잊는다면 러시아는 그것을 이용할 것이다.”

올리아 씨는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사람들에 의해 계속해서 기억되길 바란다. 그는 자신이 있는 폴란드 국경 근처도 매일 80여 차례 정도의 폭격이 발생한다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무너진다면 유럽도 곧 그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러시아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기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이 뿌린 씨앗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군대를 위해 기부하고 자신의 집을 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에 아나스타샤 씨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일하는 군인, 의료 종사자, 소방관, 응급구조원들을 기억할 것이다”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그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들의 현명한 선택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피난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남아 자신의 나라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그들의 조국이 전과 같은 독립적인 나라, 민주주의 국가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나스타샤 씨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의 미래인 학생들이 현 사안에 관심을 가진다면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의 협력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이 일본과 싸운 것과 비슷하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한국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리아 씨도 “한국 학생들이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에 돌아다니는 다양한 정보 중 무엇이 진실인지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역 이사랑
사진제공 올리아 미로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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