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7개월 19일
IPCC(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 마련을 위한 UN 산하 국제 협의체)에서 기후 재앙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지구 온도 1.5도 상승까지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다(2021.12.2. 기준, mcc-berlin.net).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이미 1.1도 상승하였고,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1.5도를 초과할 수도 있을 정도로 더 악화하는 중이다. 한국인은 여기에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77년 세계 20위권에 진입하여 2017년에는 7위를 기록했고,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5위(2018)인데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는 61개국 중에서 58위(2019)이다. 더욱이, 전 인류가 한국인처럼 생태 자원을 소비한다면 3.5개의 지구가 필요한데, 이는 미국(5개)·호주(4.1개)보다 낮지만 러시아(3.3개)·독일(3개)·영국(2.9개)보다 높다(GFN, 2018).

▲ <경제 부문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FAO(UN 식량농업기구), 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 2013 IPCC, AR5 Climate Change 2014: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2014

기후 위기와 밥상의 비밀
전 세계는 화석연료 감축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큰 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미·영 등 국제 공동연구팀의 분석에 의하면, 화석연료를 지금부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에 달하는 세계 식량 체계를 현재대로 유지하는 한, 2050년 이후 1.5∼2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채식 위주 식단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1.5도 상승을 막을 기회가 50% 생겨나고, 여기에 2,100칼로리의 건강 식단/음식쓰레기 50% 감축/식량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 40% 감축/식량 생산 효율 50% 증가 등을 모두 실천한다면 1.5도 억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또한, 2019년 IPCC의 전 세계 과학자 107인이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후변화를 저지하려면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과일 위주의 식물성 식단을 먹어야 한다”라고 했다.

전 세계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7.1기가톤(Gt)으로 전체 온실가스의 14.5%에 해당하여, 건물 부문 6.4%와 교통 부문 14%, 축산을 제외한 농림 및 기타 토지이용 부문 9.5%보다 높다(FAO, 2013). 이는 사료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농약·비료뿐만 아니라, 아마존 파괴의 91%가 축산용 방목장과 사료 재배를 위한 벌목·불법 방화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세계은행 보고서, 2003 외). 더욱이 세계 10억 마리의 소는 트림과 방귀를 통해 1년에 중형차 16억대의 CO2와 비슷한 양을 배출하는데, 메탄은 20년간 CO2보다 72배나 강력한 온실효과를 발휘하지만, 수백 년 잔류하는 CO2와 달리 10년이면 대기 중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전 세계 메탄 발생의 37%를 차지하는 공장식 축산업의 급격한 감축이야말로 지구를 식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IPCC, 제4차 평가보고서).

▲ <한국인 밥상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한끼밥상 탄소계산기(한국일보), 영국 BBC 기후변화 식품계산기

육류 포함 식사 vs 비건 채식
한국인은 자가용(아반떼 기준)을 통해 하루 평균 25km를 운행하여 4.8kg의 CO2를 배출하는데,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했다면 0.39kg만 배출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식생활을 통한 CO2 배출은 얼마나 될까? 다음 식단과 같이 어육류와 유제품 등을 고르게 섭취하는 A와 동물성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비건(vegan) 채식인 B의 하루 약 2,000칼로리 식사를 통한 탄소발자국을 비교해보자.

*A(일반)
[아침] 햄버거 세트, 우유
[점심] 쌀밥, 소고기구이 75g, 김치, 콩나물무침, 시금치, 고등어 조림 150g, 에스프레소
[저녁] 삼겹살 75g, 김치, 달걀프라이, 후라이드치킨 75g
*B(비건)
[아침] 산채비빔밥, 두유, 바나나 1개
[점심] 쌀밥, 순두부찌개, 김치, 콩나물무침, 시금치, 감자전, 에스프레소
[저녁] 김밥, 콩나물국, 견과류 1줌, 사과 1개


일반식 A는 하루 3끼 식사를 통해 약 18.9kg의 CO2를 발생시켰는데, 이는 하루 동안 자가용 3.9대의 CO2 발생량과 같고, 1년간 동일한 식사를 한다면 약 6,898kg의 CO2를 발생시켜 이를 정화할 30년생 소나무 1,045그루가 필요하다. 반면, 비건 채식 B는 하루 약 5.08kg(=자가용 1.05대), 1년간 약 1,854kg의 CO2가 발생됐다(소나무 281그루 필요). 두 사람은 오직 식사의 형태만 달랐지만, 1년 동안 비건 채식 B는 일반식 A보다 5,044kg이나 CO2를 줄였고, 이는 자가용 1,050대를 없앤 것과 같은 효과인 셈이다.

이 외에도 과도한 육식 문화를 위한 공장식 축산/어업은 다음과 같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식용 가축은 인간에게 18%의 열량을 제공한 데 비해 세계 농경지의 83%가 축산을 위해 사용(<사이언스>, 2018).
* 아마존 파괴의 91%는 축산을 위한 개간·벌목·방화 때문(세계은행 보고서 22호, 2003 외).
* 매일 25,000여 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37%는 사료로 사용(<월드와치연구소 보고서> 외).
* 깨끗한 물이 없어서 매일 700여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지구의 물 사용량 중 46%가 축산용(EU 28개국 비교 논문).
* 200g 생산용 물 사용량 : 소 3,083L, 돼지 1,197L, 닭 865L, 밥 524L, 두부 16L. 채식 위주의 식사는 육류가 풍부한 식사보다 매일 최소한 2,000L 이상의 보이지 않는 가상수(물발자국) 절약(water footprint network).
* 한반도 14배 면적의 태평양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어획용 그물의 비율은 46%(다큐멘터리 <Seaspiracy>, 2021).
* 물고기 450g을 잡을 때마다 인간이 안 먹는 어류 2kg이 함께 잡혀 죽게 됨(FAO).

간헐적 비건 채식을 실천하는 벗들을 기다리며
비영리단체 ‘EAT’와 의학저널 ‘Lancet’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에서는 2050년에 전 세계인이 현재의 한국과 같은 음식 소비를 유지하려면, 음식 생산을 위해서만 지구가 2.3개나 필요하다고 분석했다(EAT-Lancet commission, 2019). 모든 사람이 비건 채식을 실천할 수는 없더라도, 하루 한 끼, 1주일에 하루(한국인 모두 주 1회씩 비건 채식을 하면 최소 자가용 500만 대 이상을 없앤 효과), 1주일에 절반과 같은 형태로 점점 채식 위주로 바꿔나가면 어떨까. 다행히 고기나 동물성 음식이 주는 향미를 비슷하게 구현한 대체 음식들이 건강하고 맛있는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으니, “나에게 참으로 좋은 것은 세상에도 참으로 좋은”(채식인은 일반인보다 수명이 2년 이상 길고, 성인병 발생률도 더 낮은 편이다) 초록 밥상의 유혹에 넘어가면 어떨까?

정인봉(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이사/광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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