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일상이 된 지루한 여느 오후,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싶어 평소 좋아했던 노래를 찾아 틀었다. 그렇게 음악과 하나가 되어가던 순간, 가사 속에 숨어있던 문법 오류가 날 다시 현실로 이끌었다. <전대신문>이 나간다. 잘못된 가사들 모두 기다려!

▲ (사진=김관영 기자)

# 2014년에 일어난 때아닌 소유권 주장?
‘썸’은 사귀기 전 모호한 관계를 재밌게 풀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곡이다. 하지만 한 가지 숨겨진 사실이 있다는데… 바로 노래의 후렴이 비문법적인 표현이라는 것!

① 썸(feat. 릴보이 of 긱스) - 소유, 정기고 (2014)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꺼’는 비표준어로 ‘-거’가 옳은 표현이며, ‘-거’는 ‘-것’의 구어적 표현이기에 ‘-것’으로 써야 한다. 의존명사를 앞의 대명사와 띄어주는 것도 잊지 말기! 나를 헷갈리게 하는 상대 앞에선 이렇게 말해보자. “요즘 따라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
② U&I(With Crush & 빈지노) - 토이(2014)
“내 눈에는 너가 더 예뻐”
명반조차도 피해 갈 수 없었던 맞춤법 대란. ‘너가’는 현재 청년층에서 빈번히 쓰이는 비문법적 표현이다. ‘너’에 ‘-가’라는 주격조사가 붙을 땐 불규칙 활용이 돼 ‘네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질투하는 연인을 달래줄 상황이 온다면 “내 눈에는 네가 더 예뻐”라고 답해보자.

# ‘과유불급’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게 아니야!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는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힙합 음악이다. 그러나 익숙하게 넘겨듣던 가사 속에도 함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국인의 만성적 질병과 같은 ‘이중피동 표현’!

① 외톨이 - 아웃사이더(2009)
“혼자인 게 무서워 난 잊혀질까 두려워”
‘잊혀질까’라는 가사는 용언에 ‘-히-’와 ‘-어지다’가 중첩된 이중피동 표현이다.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날엔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독여보는 것도 좋겠다. “혼자인 게 무서워 난 잊힐까 두려워”
② 분홍신 - 아이유(2013)
“낯선 시간을 헤매이다 널 찾을까”
동화 ‘빨간 구두’를 연상시키는 가사에 독보적인 가창력이 더해진 마성의 노래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를 추가로 삽입한 ‘헤매이다’라는 표현이 옥에 티다. 문득 그리운 사람이 생각날 땐 이렇게 되뇌어보자. “낯선 시간을 헤매다(보면) 널 찾을까?”

# 단어 하나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
리메이크 곡인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조이 특유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여기도 잘못된 표현이 있다고?

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 조이(2020)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소개시켜줘’에서 ‘시키다’는 타인이 어떤 것을 하게 하는 사역동사다. 자칫하면 ‘좋은 사람 있으면, 너 말고 다른 애가 나한테 소개하도록 만들어 줘’의 뜻이 된다. 유난히도 옆구리가 시린 요즘, “친구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
② 냉면(차가운 얼굴) - 명카드라이브(2009)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이다. 하지만 가사 속 ‘이빨’은 사람에게 쓰일 때 그 사람의 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 ‘이’나 한자어 ‘치아’를 활용하는 게 좋다. 시원한 냉면의 첫입을 맛본 후에 “‘치아/이’가 너무 시려 냉면 냉면 냉면”이라고 흥얼거려 보는 건 어떨까? 

▲ (사진=조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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