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개최된 제41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이슈는 단연 ‘여성서사 영화’였다. 작년 10월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부터 두 여성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윤희에게>까지, 여러 여성 서사 영화가 호평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다.
한때 '여성서사 영화'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소재였다. 흥행과 수익성에서 남성서사 영화보다 뒤처진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남성 캐릭터 중심 영화가 성행하는 영화 산업에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여성서사 영화’가 돌연 주목받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전대신문>이 그 이유를 분석해봤다.

여성들의 투쟁사, ‘여성서사 영화’
여성서사 영화는 여성들이 극의 주체가 돼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박상현 씨(경영·14)는 “최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게 됐는데, ‘정유나’라는 캐릭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자신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면서 동료를 이끌어나가는 자신감 넘치는 면모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성서사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당차고 활동적이거나, 어떤 것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는 현시대 여성들의 삶을 스토리에 반영한 결과이다.
최근 여성의 권리 향상에 관한 논의가 증가하면서, 남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 산업에서 여성들은 점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나갔다. 진취적인 여성상을 영화에 투영시키는 시도도 늘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 한재섭 씨는 “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다”며 “사회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여성의 입장에서 영화를 그려내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늘어나고 있는 지원 정책
여성서사 영화를 증진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젠더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작품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필름×젠더 단편영화제작공모’나,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진행하는 코로나 사태에 놓인 여성 영화인 지원을 위한 ‘여성영화인지원프로젝트’ 등의 여성서사 영화 제작 장려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지난해 12월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부터 영화 지원 사업 심사 시 여성 창작진의 작품에 1~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 인력과 여성서사 영화의 비율을 늘리기 위해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정책의 역차별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현정 씨(경영·19)는 “이 정책이 ‘토크니즘(소수 집단에서 적은 일원을 조직에 편입시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해하는 것)’으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영화계는 물론 영화 관람객에게도 영향을 미쳐 성 평등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건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메시지’에 있다. 여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연대는 역경과 편견을 이겨나갈 희망을 전달하고,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여성서사 영화가 더욱 다양해지고 견고해진다면, 여성뿐 아닌 모든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주목받게 될 발판이 되지 않을까. 지금은 그저 모든 이가 자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출발선에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