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풍경(soundscape)이란 소리를 뜻하는 ‘sound’와 경관을 뜻하는 접미어 ‘scape’의 복합어로, 귀로 파악하는 풍경을 의미한다. 1960년대 북아메리카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생태학 운동을 배경으로, 캐나다 현대음악의 거장인 머레이 셰이퍼(R. Murray Schafer)가 창시한 용어다. <전대신문>은 우리 대학의 자연, 학생활동, 역사 등의 주제로 다양한 소리를 수집해 1602호(3월 18일)부터 연중 기획 보도 중이다.
 
우리 대학이 생동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소리가 들릴 때다. 학생들의 소리는 캠퍼스를 오가는 발걸음 소리부터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까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문화 활동을 즐기는 소리는 캠퍼스를 화려하게 만든다.
▲ 알림아리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동아리의 모습(전대신문 자료사진)
특히 정문을 지나 관현로를 걸을 때 들리는 풍물패 소리는 올해로 33년 동안 지속돼오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 전통 굿인 ‘호남좌도임실필봉굿’을 해왔는데 빠르고 투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운동장 뒤편에 있는 보조운동장에서부터 퍼져 나오는 북과 장구의 묵직한 소리 너머 들리는 꽹과리와 징 소리는 흥을 더한다. 3월이면 개강을 기념해, 5월이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 행사로, 6월이면 선배들과 함께, 10월이면 가을굿을 하는 풍물패 덕분에 우리 대학은 소리로 가득 찬다. 
 
▲ 민주마루 앞에서 랑도회가 수련을 하고 있는 모습(전대신문 자료사진)
2015년 민주마루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민주마루 앞에서 태권도 동아리 태백회와 검도 동아리 랑도회가 운동하는 소리도 들렸다. 지도자의 차렷, 경례 구령과 발차기를 하는 소리, ‘어이’하는 기합소리는 태백회가 수련하는 소리다. 명쾌한 죽도 소리와 빠른 발걸음 소리는 랑도회가 수련하는 소리다. 하지만 민주마루 공사가 끝나고 태백회가 제 2학생회관, 랑도회가 제 1학생회관으로 동아리방을 옮기며 민주마루에서 수련하는 체육동아리의 소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 대학은 수업과 연구 방해 문제 때문에 학내 공연에 제제를 가하고 있다. 풍물연습도 주 2회에 한 해 정해진 시간에만 실외 연습이 가능하고 실내 연습도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다. 학내 공연과 확성기 사용도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끔 스포츠센터 앞에서 버스킹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 강의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에 진행된다. 해 질 녘 고요한 분위기에 들리는 노랫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작년부터는 댄스동아리인 뉴에라도 스포츠센터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시작했다. 빠른 박자의 신나는 노래는 관객도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열정적인 공연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목소리와 박수소리는 공연의 흥을 돋운다. 학생들은 물론 목마를 타고 공연을 보는 아이들의 꺄르륵 웃음소리는 우리 대학의 학생 문화가 대학을 넘어 지역 사회 문화의 일환도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1학기에 진행되는 ‘알림아리’는 동아리의 날이다. 설치된 무대 위에서는 문예동아리가 그동안 연습해온 장기를 마음껏 펼치고 봉지에 설치된 부스에서는 동아리에 가입하러 돌아다니는 학생들과 자신의 동아리를 소개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외에도 하늘이 맑은 날 천체관측동아리인 별따오기가 현미경을 들고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며 외치는 탄성, 봉사동아리가 봉지에 부스를 설치하고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소리, 통기타 동아리 하이코드가 민주마루 앞에서 연주하는 감미로운 통기타 소리는 모두 우리 대학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소리다.

※자문: 전남대학교 풍물패연합, 태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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