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허진서 객원기자
대학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 초등학교 사회 시간을 통해 배운 것으로 그 대략적인 뜻은 알고 있지만 명확히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단어다. 문화의 사전적 정의는 정치나 경제, 법이나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며, 이는 곧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정의를 명확히 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그만큼 문화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문화 자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며 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광범위한 산물들의 결합으로 인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를 이렇게나마 설명할 수 있다면 대학 문화 역시 명확히 설명해낼 수는 없지만 ‘대학 내의 법률이나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이념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산물들을 모두 포함하며, 대학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 것’이라고 설명 가능할 것이다.
이런 문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가변성’을 들 수 있다. 오랜 역사 동안 오로지 자신들만의 문화를 고수하며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문화를 거부하거나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에는 항상 크고 작은 억압이 가해졌고 그 억압을 극복하며 문화는 변모해왔다. 즉, 문화가 변하면 그만큼 사회도 변화하는 것이다. 대학 문화 역시 긴 시간을 버티며 변화해가는 제도나 사회적 환경에 따라 과거에서 지금의 대학 문화로 변화해왔다.

‘취업’이 전부인 대학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9.4%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 가운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대학 진학률이 70%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고학력층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학을 진학해 적지 않은 비용을 소모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미리 안정적인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인력 미스매치를 바로잡기 위해 작년부터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라는 일명 ‘프라임 사업’을 제시했다. 이는 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2016년부터 3년간 총 6,000억원을 지원하는 재정사업인데 이 사업의 주된 목적이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기 위함이다. 대학의 역량 역시 취업률로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국 대학의 모든 교육은 개인의 역량 강화가 아닌 기업에 필요로 하는 전문적 지식을 함양한 사회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대학에 ‘무관심’한 학생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대학은 어떤 곳일까? 이를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을 기준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매슬로우의 욕구 5가지의 단계’를 살펴보면 1단계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를 시작으로 2단계 안전 욕구(Safety Needs), 3단계 사랑과 소속 욕구(Love&Belonging Needs), 4단계 존경 욕구(Esteem Needs), 그리고 마지막으로 5단계 자아실현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로 구성되어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은 사람이 가장 기초적인 욕구인 1단계 생리적 욕구를 시작으로 단계마다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를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준으로 본 과거의 대학은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 중 4단계 존경 욕구 내지 5단계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대학은 낮아지고 있는 취업률 속에서 2단계 안전 욕구조차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학생들은 더 좋은 직장의 취업을 위해 고(高)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는 곧 대학 내 일들에 대해 무관심으로 답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2017년 총학생회 선거 무산과 재선거 무산이다. 두 선거 모두 선거율 50% 미만을 기록하며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무산이 된 표면적 근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하지만 그 내부의 근본적 원인에는 대학에 무관심한 학생들의 태도가 숨어있다. 과거 우리 대학의 총학생회가 공석이었던 이유는 정부의 억압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학생들의 외면으로 무산이 이번 선거는 지금 학생들이 대학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구성원 모두가 만드는 대학 문화
대학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학 문화는 누가 이끌어가야 하는 걸까? 대학의 많은 구성원들은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이 앞장서서 바람직한 문화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용절벽’을 비롯해, 안정적인 수요를 자랑했던 초·중·고등학교 임용고시조차 인원을 축소해가는 ‘임용절벽’까지 등장한 현실 속에서 두 손 놓고 학생들에게 대학 문화를 이끌어가길 바라기에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교수나 교직원만이 이끌어가는 대학 문화 조성에 학생들이 환호할 리 만무하다. 교수나 교직원들이 바라보는 대학과 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학은 분명한 시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문화는 단시간에 소수에 의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까지 모두 바람직한 대학 문화 정책을 위해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학 문화는 지금보다 더 최악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여전히 누가 먼저 변화의 바람을 시작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대학의 구성원들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대학의 문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 문화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이야 말로 대학 문화를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가장 절실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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