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은 사치일 뿐, 나를 믿고 끝까지 노력하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광고, 광고 속 노래의 첫 마디 “비가 내릴까 말까, 우산을 챙길까 말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가사 속에서 그의 노래는 날 붙잡기에 충분했다. 2013년 처음 데뷔해 <커피 한잔 할래요>, <편지>, <비>, <내사랑> 등 자신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 싱어송라이터 폴 킴. 이제 꿈과 마주하기 시작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울, 특별한 것 하나 없는 동네를 걷다 마주한 그 길의 종착점에 소년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그가 있었다. 마치 평범한 토끼 굴속으로 빠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이다.

“나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
“저는 음악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사실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 경영을 전공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어머니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다고나 할까요?” 폴 킴은 바이올린을 전공하신 어머니를 보며 음악가나 미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뉴질랜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폴 킴에게 세상은 자유였다. 자연 속에서 그는 자유로웠고 자유는 음악을 줬다. 그에게 자유는 음악과 더불어 그의 가치관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학업에 열중하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는 음악이 아닌 경영을 선택했다. 그래서일까? 군 제대 후 돌아온 학교는 더 이상 흥미로운 곳이 아니었다. 폴 킴의 방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평소 좋아하던 뮤지션 이소라의 7집 앨범 속 한마디가 그를 움직였다. “나는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씨앗”이라는 글귀였다. 그는 ‘나도 내 존재 이유가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학교를 자퇴했다.

‘말의 힘’, 좌절을 용기로 바꾸다
시작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 지인들도 가수란 꿈에 대해 우려했다. “부모님께 학교를 그만두고 가수가 되겠다 말씀드렸더니 많이 반대하셨어요. 오죽하면 어머니가 ‘태형(폴킴 본명)아, 너 재능 없어’라고까지 하셨으니까요.”

시련은 계속됐다. 잘 될 거라 생각했던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3>에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떨어졌다. 힘이 되는 말보다 가수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반응 역시 폴 킴을 힘들게 했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끼니 자존심과 자존감 역시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어요, 힘들게 포기한 학교로 다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컸죠.”라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럼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폴 킴의 ‘인복’ 덕분이었다. 그가 말하는 인복은 단순히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격려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너 잘하고 있어”와 같은 형식적인 말일지라도 나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그 자체로 자신에게 힘이 된다. 그들의 한 마디가 모여 포기를 희망으로, 좌절을 용기로 바꿨다.

그런 폴 킴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엔 못생긴 남성이 의자에 앉아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의 제목은 <나보고 예쁘다고 해줘>. 그가 생각하는 말의 힘은 못생긴 남성도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고시원에서 지낼 때 벽에 ‘나는 할 수 있어’라는 글을 붙여뒀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그 글을 보고 있으면 진짜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더라고요. 좋은 말은 남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전해야 해요. 이적의 <말하는 대로>처럼 말이죠.”

“늦으면 어때요, 자신을 믿어봐요!”
올해 폴 킴의 나이 29세, 빠른 년생으로 따지면 30세다. 이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에게 조금 더 빨리 음악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하고 물었다. 그는 “나이는 시작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움에 나이가 없듯 모든 일을 시작할 때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확신에 차있다.

이제 막 음악걸음을 시작한 폴 킴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늦으면 어때요? 늦는다고 오히려 서두르다 보면 넘어질 수도 있고 쉽게 지치게 되기 마련이잖아요. 조금 천천히 가면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인생 아닐까요? 그래서 제 꿈은 음원깡패 같은 A급 가수가 아닌 세계적인 B급 가수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의심하고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폴 킴이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시작은 어렵다. 하지만 시작이 없는 사람에게는 성공의 ‘반’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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