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9시 칠판에 성적 공개, 이의제기 9시 30분까지’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 칠판에 있던 문구다. 당연히 왠지 모를 두려움에 떨었고, 이는 나뿐만이 아닌 다른 학생들도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만약 이러한 성적 공개가 의무화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긍정적인 면이 없진 않겠지만, 분명 그보다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성적 공개 의무화를 반대하는 키워드는 인권침해, 위법성, 그리고 부정적 자아 생성이다. 우리는 성적 공개가 ‘의무’라는 점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의무란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드시 일정한 행위를 하여야 할 또는 하여서는 아니 될 법률상의 구속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생과 교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성적을 공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학생의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 2조 1항에 따라 성적은 개인정보에 포함된다. 따라서 공개가 의무가 될 경우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 정지, 정정, 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과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들을 어기게 된다.

점수공개로 인해 학생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부정적인 자아가 생성 될 수 있다. 교수님은 이의제기와 함께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자극하고 분발하라는 의미로 공개를 결정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에 자신만 알던 자신의 등수에도 자존감은 끝없이 하락했었는데,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점수를 공개한다면 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창피함이 몰려들고, 결국에는 점차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성적을 공개하게 되면 자신의 점수를 확인하고, 좀 더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의무가 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하고 적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 성적공개 의무화는 분명 칼날이 되어 학생들을, 교수들을 노리는 위협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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