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인간을 모방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인간의 모습을 닮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참 아이러니하고 안타깝다. 직무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가능하다는 함의가 담긴 말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인간을 닮으려하는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을 닮으려고 하는 인간이 대립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쇠락한 인간의 존엄이 인공지능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 것인가.

사실 인공지능은 두려움을 느끼기엔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다. 자신의 행위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의심하지 못하기에 불완전하고,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의심한다. 인공지능에게 있어 의심하는 인간의 존재는 오류를 해결하고 창조성을 불어넣어줄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모방된 창조성’을 보이며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금기를 넘어섰지만, 그렇다 해도 인간의 존엄을 위협할 수는 없다. 존엄이 다른 존재와의 차별성이나 우월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하다.

기계가 처음 도입될 때 러다이트 운동이 일었다. 무차별적인 기계 파괴는 기계에 대한 두려움 이전에 기계를 악용할 자본가와 공장주에 대한 증오의 표출이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이제 막 첫머리에 들어섰다.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것은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수 있는 온전한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엄하다해도 존중받지 못하는 존엄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불완전한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보단 이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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