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MB정부시절부터 정원감축과 차등재정지원을 축으로 한 대학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 기조를 이어받은 현 정부는 2014년 1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2022년까지 대학입학정원을 16만명을 줄이는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A-E 5등급으로 분류해 A등급을 받은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 대해 등급별로 차등적 정원감축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제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인 학생충원률, 전임교원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 정량지표가 지방과 소규모대학에 불리한 지표로 구성되어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표대로라면 수도권 대규모사립대는 정원감축을 피해가고 지방과 소규모대학만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과 기초학문이 몰락하게 될 위험성도 크다는 것이다. 학령인구급감에 따른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평가지표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을 일반대와 전문대로 대별하고 다시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 산업인력중심대학 등 각 대학의 특성을 살려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규모 사립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학문후속세대양성기능을, 지역중심국립대는 지역인재 육성을 통한 교육중심대학으로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게되리란 예측이다.

그렇다면 전남대학교는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어느 쪽으로 나가야할까? 아래와 같은 홍보자료를 살펴보면 전남대는 ‘TOP5’ 를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학교의 연구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노벨상에 근접하는 상위 1% 논문을 가장 많이 게재하는 전국 10대 대학 중의 하나이다. 연구비수주, 우수논문발표, 기술이전 등의 실적이 국내 TOP5 를 지향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혁신교육· 창의연구· 열린소통 비상하는 전남대학교>(2014년 전남대학교 홍보책자), 12쪽)

전남대가 지역거점국립대학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이 되려면 대학원중심으로 전환하여야하며 학부생 수를 대폭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연구중심대학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율이 50:50정도이다. 대폭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 되면 지역우수인재들이 수도권대학으로 진학하게 되어 지역의 교육 및 연구역량을 약화시키고 지역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현재 전남대 대학생과 대학원생 재적생 비율이 83:17 정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학부생을 많이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현재 전남대 대학원 지원율이 높지않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의 추이를 살펴보고 대학구성원들과의 광범한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교육과 연구는 양자택일의 주제인가? 아니면 교육과 연구는 떼어놓을 수 있는 관계일까? 교육과 연구는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과 연구, 모두를 아울러야 하는 것일 것이다.

오늘날 교수사회는 연구성과에 대해 정량적 평가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으며,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능이 지적창의성과 재능을 육성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을 교육하는 일은 연구에 비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저울 추가 한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 연구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학부교육 선도대학 (ACE) 육성사업’이 그것이다. 교육부가 미흡하나마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인식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연구에 중점을 두어오던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1990년대 이후에는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면 전남대에서 교육과 연구의 균형을 잡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로는 교수업적평가제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교육의 상대적 비중을 다소 높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육중심교수제와 연구중심교수제를 분리하는 교육과 연구의 분업화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각 대학에 있는 교수학습센터(CTL)를 활성화해 교수에게 교수력을 학생들에게 학습력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 교육방향인 학생주도의 교육, 토론 중심의 교육,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그리고 혼합형(Blended Teaching & Learning) 교육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같은 새로운 교육방향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수도 학생도 이런 쪽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수학습센터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전남대가 연구중심대학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때 교육과 연구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해도 괜찮은 것일까?

미국이 독일로부터 받아들인 연구중심대학은 ‘research university’라는 영어용어를 번역한 것으로 1876년에 설립된 존스 홉킨스대학이 그 시초다.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의 전통적 사명인 교육과 더불어 연구 또한 중요시한다는 뜻에서 사용하기 시작된 용어이다. MIT, 하버드 예일대 등 많은 해외 명문대학들이 학부교육을 중요시하듯이 전남대가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더라도 교육과 인재양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대학시절은 역사, 과학, 예술, 문화와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능력, 그리고 새로운 영감과 꿈 등 더 큰 세계에 눈을 뜨는 기간이 아니던가? 현실적으로는 학생들 취업을 도와야하긴 하지만 진정한 교육은 학생들을 이력서가 아닌 의문을 품고 나가게 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책임감있게 수행할 경우 교육도 결코 가벼운 업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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