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송수권의 <까치밥>중)

까치밥이라는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운 미덕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대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까치밥 홍시 운동(까홍)’이다.

까홍 가게에 가면 계산대 앞에 놓인 기다란 새끼줄에 홍시모양의 메모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홍시를 달고 싶은 사람은 메모지에 음료를 적고 비용을 미리 지불한다. 음료를 먹는 사람은 친한 친구일 수도 있지만 따로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사람이 먹을 수도 있다. 홍시를 따 먹은 사람은 메모지 뒷면에 짤막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는다. 바로 옆에서 느끼는 나눔이야말로 까홍의 진정한 매력이다.

카페뿐 아니라 식당, 안경점까지 까홍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카페나 식당의 경우 홍시 메모지를 새끼줄에 걸어 놓지만 안경점의 경우 홍시를 모았다가 노인들을 위해 돋보기를 한 번에 기부한다. 노인들을 위해 돋보기를 사서 어느 정도 모이면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우리 대학 주변에도 까홍에 동참한 가게들이 있다. ▲아름다운 가게 ▲후문 카페 ‘스며들다’, ▲정문 카페 ‘난생처음’이 까홍 가게들이다. 아름다운 가게(용봉점) 매니저 한상근 씨는 “아직 초기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좋은 일인 만큼 손님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고 말했다. 이어 “까홍 덕분에 좋은 이미지로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문의 카페 ‘스며들다’의 매니저 심원보 씨는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등 재밌어 한다. 까홍은 나눔 문화를 넘어 상대에게 선물하는 이벤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나 노숙자에게 커피를 기부하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밥값을 미리 지불하는 ‘미리내 운동’ 등 나눔과 기부의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그러한 문화는 광주에서도 광주 지역만의 특색 있는 나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은 까홍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갈릴리 153(서구), 그루터기하우스(남구), 기적소리, 난생처음(북구), 남동풍(남구), 더불어락(광산구), 북카페 들(북구),  사직골(남구),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나무(동구), 스며들다(북구), 슬지네 찐빵(부안), 시애틀(서구), 씨앗이 바람을 만나(동구), 아름다운 가게 용봉책방(북구), 아마떼(담양), 아이조아 안경(광산구), 인디고(남구), 카르페디엠(동구), 카페홀더(광산구), 카페홀더(서구), 커유(북구), 테크테리아(북구), D커피스토리(동구)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