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란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로 정의되는 비정한 단어이다. 돌이켜보면 의과대학 본과 3학년(1983년) 여름 기말고사가 인생에서 가장 길고 힘든 시험이었던 것 같다. 재시험을 포함하여 6월말부터 8월초까지 거의 날마다 봤던 시험은 의사가 되기 위해 이루어지는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전초 훈련과 같은 것이었다. 그 해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시험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을 때였다. 고질적으로 아파오던 편도선염이 또 도졌다. 다음날 시험은 정형외과 3과목에 해당되는 범위였다. 고열, 두통, 침 삼킬 때 통증 등으로 도저히 공부 할 수 없었다. 일찌감치 시험을 포기하여 재시험보기로 마음먹고 이불을 둘러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드러누워 있었다. 헌대 수석 합격했던 모범생 하숙방 친구가 한밤 쯤 되어 돌연히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왜? 나 때문에 방해가 되냐?” “아니...집중이 안돼...집중이...”하며 양초 몇 개와 모기향을 찾아들고 연탄 넣는 좁디좁은 부엌(반평 남짓)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어제 시험을 잘 못 봤나? 그래 니라도 잘 되어라’하고 잠을 청했다. 새벽에 멍한 상태로 깨어 있는데 그 녀석은 그때까지 거기서 공부했던지 부엌에서 나오더니 “미치겠다.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못 외웠다. 불안해 죽겠다...”고 안절부절이다. 보기에 완전히 맛이 갔다. “안되겠다. 응급실가서 진찰 받자”해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신경안정제를 잔뜩 먹고 왔다. “너무 스트레스 받은 것 같다. 오늘 것은 포기하고 편안하게 재시험보자” 서로를 격려하며 시험을 치루었다. 그 날 이후로 다행히 건강 상태가 좋아져 둘은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 흘린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씀이 귀에 들린다. 공부하는 원칙은 무엇일까? 열심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만 잘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가 아닌 80년대는 학교 앞 복사집을 통하여 나오는 족보가 전부였다. 그래서 복사집 아가씨와 친한 관계를 맺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정보를 아는 지름길 중에 하나였다. 힐러리경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법을 ‘한 발, 한 발, 걸어서 올라갔지요.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은 이룰 때까지 합니다. 안된다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합니다. 방법을 달리해도 안 될 때에는 그 원인을 분석합니다. 분석해도 안 될 때에는 연구를 합니다. 이쯤 되면 운명이 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리라 처음부터 천천히 정성을 다하며 그 과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여, 원인 분석하고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도와 이루지 못할 게 없을 것이다. 뜨거운 마음과 차가운 머리를 가져야한다. 차가운 머리란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이며, 뜨거운 가슴이란 미래에 대한 열정과 믿음이다. 어차피 달려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러나 준비를 잘해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추운 겨울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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