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다. 영화에서 가장 보기 힘들었던 장면은 학생에게 가하는 잔혹한 체벌이었다.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말한다.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영화라서 좀 더 과장되고 잔인하게 폭력이 행해졌지만, 실제 학교에서도 사랑의 매로 포장해 폭력을 가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은 심심찮게 들려오는 뉴스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전북교육청에서 제출한 학생인권조례안은 체벌에 관한 학생의 인권과 교권의 갈등을 더 이슈화 시켰다. 학생의 인권보장,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교원의 지위 및 교육에 관한 권리가 상충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교에서 체벌을 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학생의 빠른 행동수정이다. 학생을 체벌함으로써 문제행동을 빠르게 수정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의 빠른 행동수정을 위해 체벌을 한다는 것은 문제행동의 실질적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 행동에는 선행학습을 했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져서 발생하는 원인, 그 날의 기분, 가정에서의 불화 등 여러 원인이 있는데 이러한 원인분석 없이 체벌을 통한 행동수정은 근본적인 원인을 수정하기 힘들다.

둘째는 한 학생을 본보기로 체벌함으로써 다른 학생들의 행동을 제재하는 상징적 수단으로 목적이 있다.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 본보기로 체벌을 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와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돼야 하는데 상징적 수단으로 체벌을 사용하는 것은 학생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 때문에,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도덕관을 심어주는 결과만을 낳게 된다.

체벌을 대신할 방법은 교사의 전문성을 늘리는 것이다. 단기간의 효율성과 전체적인 행동통제를 위해 체벌을 사용한다는 것은 교사의 무능함을 나타낸 것이다. 다양한 교수 방법 및 상담지도를 학습함으로써 수업에서 엇나갈 여지를 줄이고, 상담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원인에 접근한다면 체벌을 사용할 상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있다. 교사는 학생과의 관계에서 강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기르고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할 학생에게 체벌은 폭력과도 같은 것이다. 신체적 고통과 인격적 모독은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인간적인 방법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사랑의 시선으로 학생을 바라보면 학생들 역시 감화되어 존경을 하게 되고, 교사는 자연스레 권위를 갖게 될 것이다.

체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교사 또는 예비교사가 많다. 이는 가르침에 있어서 좀 더 효율성을 선택한 것이므로 안타깝다. 교사는 부모와 같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넣어주는 게 아닌 것이다. 학생을 제 아이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면 체벌 없이도 진정한 교육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체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지 사랑의 매를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법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다. 교사 스스로 체벌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전문성을 갖추고 인내심과 사랑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럴 때 전인적 인간을 양성할 수 있을 뿐더러, 학생에게 존경과 감동을 받는 교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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