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와 폭염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내의 모습은 “새로움”과 “시작”이라는 단어가 피부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여전히 백도는 “취업”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 피곤에 찌든 얼굴과 여유로움이란 느껴지지 않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노동의 불안정화 속에 청년실업률도 10%에 육박하여 그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의 현실과 여성 직종의 비정규직·저임금화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노동에 대한 가치절하에서 오는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창의성과 역량을 다양한 직종에서 펼쳐 나가기보다는 공무원·공공영역으로의 진출을 더 선호하는 것도 제한된 노동시장에 기인한 바가 크다.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여성들의 수는 남성들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 대학의 경우, 정보공시현황에 따르면 2011년 신입생은 남학생 1,670명, 여학생 1,792명으로 오히려 여학생들이 더 많다. 하지만 고등교육에서 여성의 양적인 비율이 증가되었다고 해서 질적인 측면까지 담보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대학의 여성 교수 비율은 2011년 현재 전체 전임교원의 15%정도에 불과하다. 이중 여성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여성관련 교과목을 강의하는 여성교수가 얼마나 될까. 또한 아직도 대학의 여성관련 전공 교과목 수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내실 있는 커리큘럼 또한 찾기가 쉽지 않다. 사회학과의 경우“페미니즘 연구”, “성의 사회학”, “젠더와 사회” 등 젠더적 관점과 마인드를 학습할 수 있는 교과목이 있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학기부터 설강되지 못했다. 여성관련 교과목이 개설된 다른 학과의 경우도 대부분 전공과목이 아닌 교양과목으로 설강되어 있어, 전문적이고 특화된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이고 구색 맞추기 식인 경우가 많다. 여성의 문제는 전 영역에 걸쳐 있으며 성주류화 흐름은 글로벌 시대의 당면 과제이므로 인문사회계뿐만 아니라 의대, 공대 등 그간 여성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다양한 영역에서도 충분히 심도 깊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현황은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낮은 여성 교수 비율, 다양한 분야의 여성 교과목의 미개설 및 질 높은 커리큘럼을 담보한 교과과정의 부족은 우리 사회의 폄하되고 절하된 여성의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한 대학내 교육 시스템의 전환과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여성지위의 향상은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제한적이다. 지역내 여성관련 기관·단체 및 연구소의 유기적인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시스템 개선을 통한 여성인재 양성, 지역현황을 반영한 여성정책개발 및 제도화, 성평등 지역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활동,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춘 여성 이론 연구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창의적이고 우수한 여성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역할과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여성들이 진로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또는 좁혀야만 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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