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경치로군. 자, 가자.” “갈 순 없어.”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S. Beckett)는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기다림’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하는 대화의 대부분이 위와 같은 내용이다. 아마도 베케트는 기다림의 의미를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보다 연극의 특성을 이용해 관객이 기다림 자체를 느끼길 원했을 것이다.

지난 11일 대학 생활의 마지막 수강신청을 했다. 8번째 학기지만 여전했다. 아침 일찍 PC방에 가 기다려야 했다. 전공과목 하나 성공.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수강신청에 ‘성공’이란 표현을 쓴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수강신청을 하면 했고, 안 하면 안했지 성공 혹은 실패라니. 수강신청마저 성공주의가 적용되는가? 학과 사무실 전화는 또 불이 난다.

4학년이 되어도 끊임없이 기다리는 게 수강신청 제도 개선이다. 지난 2007년 수강신청예약 제도가 생기면서 간편하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게 전부다. 여전히 손 빠른 사람이 왕이다. 예약 현황을 집계하지만 그 지표는 어디에 사용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매 학기가 지나간다.

학생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것인가? 물론 예약 현황을 통해 강의실 조정을 한다고 해서 수강신청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강의실 활용, 교원 임용 등 여러 부분에서 복합적인 해결책들이 나와 한 데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본부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필자야 이제 기다림을 끝내지만 앞으로 제도 개선을 기다리며 매번 수강신청마다 고통을 감내할 학생들을 위해서 말이다.

본부는 학생들에게 기다림의 고통을 피부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하루 빨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수강신청은 힘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기다림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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