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다독이며 오른 지리산…도전적 삶 느껴

우리 대학 학생지원과에서 주최하는 지리산 종주가 ‘지혜로운 삶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지난 21일 화요일부터 22일 수요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학생 35명과 교직원 7명으로 구성된 종주 팀은 성삼재에서 출발해 토끼봉, 형제봉, 천왕봉, 중산리로 이어지는 30.5km 코스를 완주했다. 기자는 종주 A팀의 일원으로 어머니처럼 모든 것을 품어줄 것 같은 지리산에 올랐다.

▲ 지리산 종주에 나선 우리 대학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종주를 무사히 마치고 중산리 주차장에서 김윤수 총장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지리산 종주, 너와 나 하나 되는 순간
“지리산에 어떻게 오르지.”
지난달 17일 금요일 무등산 예비산행을 같이 한 종주 팀원들이 입을 모아 했던 말이다. 35명을 뽑는 이번 종주에 약 150명 정도 지원했다. 체력 검정을 통해 거르고 걸러 뽑은 종주 팀원들이었지만 지리산 종주에 대한 걱정에 절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시작도 안 해보고 걱정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걱정을 뒤로하고 지난달 21일 새벽4시부터 시작된 지리산 종주. 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이 깔렸지만 모두들 일렬종대 하여 질서정연하게 힘찬 첫걸음을 걸었다.

본격적인 종주가 시작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있고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들. 하지만 남녀 할 것 없이 앞에서, 뒤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며 팀원 모두가 하나 되어 산행을 이어갔다.

“오빠 정말 고마워요.”, “아니, 뭐 이 정도쯤이야.”
자신의 짐도 버거운 가운데 보다 먼저 올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자 팀원들의 짐까지 들어주는 남자 팀원들의 훈훈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하나가 되는 감동과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음날인 22일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대피소 앞에서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친 뒤 다시 출발한 산행. 지리산을 감싸 안은 운해와 하얀 안개가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자아냈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인 ‘통천문’을 지나 정오쯤에 정상인 천왕봉에 도착했을 때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야호”를 외쳤다. 비록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대원들의 기쁨의 환호성을 막을 수 없었다. 서로에게 건네는 “잘했다, 수고했다”는 말들이 모든 피로를 씻겨줬다.

▲ 여기는 천왕봉입니다. 종주 A팀원들이 종주 이튿날인 지난달 22일 정오, 정상인 천왕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드디어 하산. 대원들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서로를 응원하며 비에 젖은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왔다. 다리를 다친 대원의 배낭을 들어주고 마지막 포장도로에선 차를 얻어 타는 등 정상에서 4시간이나 걸쳐 내려와 겨우겨우 도착한 중산리. 대원들은 또 한 번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고된 산행을 마치고 다 같이 먹는 마지막 만찬. 메뉴는 산채비빔밥, 파전, 막걸리. 음식은 소박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느 무엇보다도 완벽한 만찬이다.

다 같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 이젠 피로감 보다는 뿌듯함, 왠지 모를 만족감으로 대원들은 어느 때 보다도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교직원 강영근 씨는 “이번 종주가 결속력 있고, 단결이 잘된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 추억이 된 종주의 기억
평소 지리산에 오르고 싶었지만 준비 할 것도 만만치 않고 갈 기회가 없었던 터라 망설이던 차에 학교의 안내를 보고 냉큼 지원한 이번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 내용은 기자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학생들이 준비할 것은 등산화, 배낭, 옷가지 뿐 이었고 나머지 식사와 숙소문제 등 기타 여러 문제는 학교에서 맡아서 처리해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번 지리산 종주에 참여한 학생들의 지원 동기도 제각각이었다. ‘산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는 의견에서부터 ‘도전, 도약장학금을 위해서’까지 다양한 목적을 갖고 지리산 종주에 참여했다.

목적은 가지각색이었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은 우리 모두 하나 되는 느낌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지리산 종주라는 하나의 공통점 안에서 이렇게 가까워 질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1박 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고생하며 같은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 이토록 즐겁고 뿌듯한 일임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삶이 라는 큰 산을 혼자 오르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기자는 이번 지리산 종주를 통해 같이 오른다는 것, 함께 한다는 것이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산과 사람을 사랑하다
이번 지리산 종주 과정에서 산행 중 마주치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던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열을 확인하기 위한 의례로서의 인사가 아닌 서로에 대한 존중이 담긴 인사, 힘들 때 건네는 응원의 인사였다.

또한 학생들은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을 했다. 종주를 하며 어느 누구도 비누와 치약을 쓰지 않았다. 쓰레기 하나 아무 곳에 버리지 않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쓰레기를 수거해 다시 배낭에 넣었다. 지리산에선 자연과 인간의 경계선은 보이지 않았고 이기적인 개인은 사라졌다. 모든 것을 내 몸과 같이 대하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A조 팀원인 남일 씨(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06)는 “지리산에선 산을 사랑하는 마음과 다음에 올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기자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번 지리산 종주에서 어떤 지혜로운 삶의 길을 찾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지리산에선 인간과의 관계 뿐 아니라 자연과도 하나가 될 수 있었다. 2011년 6월 22일, 공식적인 지리산 종주는 끝이 났지만 지혜로운 삶의 길을 찾는 것은 도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혜는 책상에 앉아서 절로 습득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적극적으로 부딪쳐 얻게 되는 것이다. 이제 여름 방학이다! 책상 앞에서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이런 도전적인 삶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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