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영학부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모든 강의마다 학생들로 넘쳐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항상 예외다. 딱딱하고 재미없고 짜다고 입소문이 잘못 났다보다. 그건 모두 오해다). 부전공, 복수전공, 그냥 들어보고 싶어서 온 학생까지 교실은 북새통이다. 경영학부 학생들이 자기 전공 수강신청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비록 내 강의는 아니지만) 넘쳐나는 손님들을 보면서 우쭐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늘 긴장하게 된다. 우리 경영학부에 오는 모든 학생 손님들을 환영하면서 기업과 기업을 다루는 경영학을 잠깐이나마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학생에게 묻는다.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이윤극대화라고. 어디서 배웠냐고 다시 묻는다. 머뭇거리면 답한다. 그냥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다시 묻는다. 돈을 왜 많이 벌고자 하냐고. 답이 나뉜다. 주주에게 배당하려고. 다시 투자하려고. 기업을 더 키우려고.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려고. 여하튼 이윤극대화란 용어는 거의 자동이다. 주입식 교육, 세뇌의 결과다. 다 맞는 말이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왜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거다. 앞으로 우리 가게(경영학부)를 찾아오시는 손님께서는 이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셨으면 한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극대화이고 경영학이 돈을 많이 버는 기교를 연마하는 학문이라면 조금 천박하지 않은가 말이다.

기업에게 주주가 제일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 주주는 이윤을 바란다. 이윤극대화가 중요하다. 주주가치가 제일 중요했던 시기는 경영학 1.0 시대. 지금은? 고객가치가 제일 중요하다. 내 주장이 아니다. 실제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최근 조사에서 경영자는 제일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고객을, 그리고 두 번째로 종업원을 꼽았다. 경영학 2.0시대다. 기업은 가치value를 만들어 먹고 사는 조직이다. 가치가 있고 없고는 고객이 결정한다. 고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고객가치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서로 불만이 없다. 다음은? 역시 고객가치다. 하지만 고객의 범위가 넓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다. 사회가치라고도 부를 수도 있을 게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람을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거다. 사회가치가 높은 제품, 사회가치를 많이 만들어내는 기업을 더 높이 평가하는 시대다. 사회가치가 고객가치가 되고 고객가치가 주주가치가 되는 때가 오고 있다고 한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 조사에서 밝힌 글로벌 경영자들의 예상이다. 경영학 3.0 시대다.

경영학은 실용학문이다. 기업이 겪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따라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학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네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푸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그런 학문이 될 수도 있다.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학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 경영학은 그렇게 쓰이고 있고 바뀌고 있다. 3.0시대의 경영학, 기품 있고 쓸모 있다.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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