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도청, 민주광장, 광주역…항쟁과 민주의 거리마다

광주에 살다보면, 특히 우리 대학 학생이라면 5·18민중항쟁에 관한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 왔을 것이다. 중·고교 시절 수업 시간에도 줄기차게 배웠고, 우리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매년 5월이 되면 여기저기서 열리는 행사에 익숙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5·18민중항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내용에 대해 ‘너무 무겁고 숙연해’, ‘또 그 얘기야?’ 등의 반응을 내비치는 자화상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5·18민중항쟁은 어렵고 무겁기만 한 것일까? 산책하는 기분으로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광주 시내 곳곳에는 5·18 사적지 26개를 포함해 총 81개의 문화관광 포인트를 밟아보는 ‘오월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이무용 교수를 중심으로 우리 대학 문화전문대학원에서 기획했으며 5개 테마, 18개 길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항쟁의 불씨가 도심으로 번져간 경로를 짚어보는 ‘횃불길’을 기자가 직접 걸었다.

그 길의 처음 시작은 우리 대학이다. 임을 위한 행진 조각, 사범대 1호관 벽화 등 5·18을 기념하는 공간은 많지만 학내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은 별다른 기념비나 설명글이 없는 터라 봉지에 우뚝 솟은 조형물을 보면서도 ‘저게 뭐지?’하는 이가 상당한 것이 아쉽다.

정문을 통해 나가 한참을 걷다 보면 사적2호인 광주역광장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과 계엄군 간 공방전이 치열했던 곳이다. 광주역 전투가 일어난 곳도 바로 여기다. 광주역 광장의 중심은 사적비가 지키고 있다.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그 모습이 늠름하기까지 하지만 관심 갖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구 시외버스공용터미널 일대, 구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광주 YMCA 모두 그렇다. 물론 사적비 글귀가 썩 재밌는 내용은 아니지만 코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가 다수다.

▲ 5·18 행사기간 동안 광주 YMCA 앞에는 5·18 INFO 센터가 마련되어 다양한 행사정보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사적비 앞을 시민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모습이다.

항쟁과 민주의 거리로 불리며 구 도청까지 이어지는 금남로 일대의 유동인구는 상당하다. 그에 걸맞게 광주 YMCA 앞에는 5·18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 일정 등을 알리는 피켓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 5·18 민중항쟁 당시 최후의 결사항전지였던 구 전남도청. 현재 이곳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고, 입구에는 5·18민중항쟁 알림탑이 있다.

전남대부터 구 전남도청까지를 잇는 ‘횃불길’. 평소처럼 차를 탔다면 30분 거리였을 것이다. 길을 헤맨 탓도 있지만 도보로는 3시간도 더 걸렸다. 하지만 주변을 세심히 살피며 걷게 돼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마다 ‘5월’을 회상할 수 있었다. 군부독재에 맞서 항거하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이들의 정신, 의미가 광주 시내 곳곳에 아로 새겨져 있지만 우리 모두 그동안 참 무심했다. 이번 주말 가까운 이와 산책하는 마음으로 오월길을 한 번 걸어보면 어떨까? 민주주의의 참 의미를 마음 속 깊숙이 되새기고 싶은 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오월길 가이드북은 광주YMCA 또는 광주지역 관광안내센터에서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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