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4월 20일 미국의 『멀티내셔널 모니터』지는 … 미국의 벡텔사가 지난 78년 한국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한국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있어, 미 정부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122회 임시국회에서 야당측이 계약 내용을 입수하여 추궁하자 그때서야 한전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 79년 12월 18일, 4,799만 달러로 체결한 7,8호기 건설 용역비를 82년 10월 계약을 수정하여 2배가 넘는 1억 1,000만 달러로 늘려 주었다는 것이다.” (정인,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219쪽)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자의 유물이다. 독재는 노동자의 저임금이었고, 농민들의 저농산물 가격이었을 뿐 아니라, 삼천리 금수강산을 핵의 괴물에게 저당잡힌 사건이었다. 광주로부터 60km 떨어진 거리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 것 역시 정확히 말하여 전두환 군사독재의 영광스런 공적이었다. 영광원자력 발전 1호기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1981년이었고, 1호기가 완공된 것은 1986년이었으니, 영광은 전두환이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원자력 안전 이데올로기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우리의 운명을 복(福)이나 로또에 맡길 수 없음을 후쿠시마(福島)는 웅변하고 있지 않는가? 왜 원자력은 치명적인가?

2000년 전 주몽 할아버지가 이 땅에 핵똥을 남기고 갔다고 하자. 우랴늄 방사능의 반감기가 2500년이다. 주몽 할아버지가 싸고 간 핵똥이 1kg이라면, 아직도 500그람이 핵분열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라늄의 핵똥이 1/1000로 줄어드는 데 자그만치 2만 5천년 걸린다. 우리가 남기고 간 핵똥이 지하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다가 지진과 함께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세월이 2만년이다. 하여 지금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를 돌리고 있다는 것은 딱 한 세대의 풍요로운 전기를 위해 1000세대에게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원전은 터질 수밖에 없는가?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30년이다. 그런데 끄지 않는다. 죽어도 끄지 않는다. 왜 끄지 않을까? 원자력 발전소 한 기가 자그마치 2조원이다. 2조원은 동네 똥개 이름이 아니다. 1000억짜리 대기업 스무 개에 달하는 자본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21기이므로 원전의 자본이 물경 40조원이라는 거다. 권력자들이 자발적으로 원전을 폐지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이건희가 알아서 상속세를 내주길 기대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무망한 일이다. 연목구어이다. 자본에는 심장이 없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모든 구멍에서 오직 이윤의 피 냄새만을 풍기는 자본이라는 괴물에게 후쿠시마의 재앙은 보이지 않는다. 원자력 발전소의 스위치는 절대 꺼지지 않는다. 하여 20년 안에 반드시 원자력 발전소는 터진다. 1979년에 미국의 ‘Three Mile Island’의 원전이 터졌고,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이 터졌으며,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으므로 다음 차례는 프랑스가 아니면 한국일 것이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사고는 운전자의 조작 실수였다. 흑연감속재에 불이 붙었고 노심이 녹아내렸으며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었다. 체르노빌 의 방사성 물질이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고, 1500km나 떨어진 북유럽에서조차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었다. 서유럽에서는 식수, 우유, 시금치, 꽃다발에서까지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각종 기형, 유전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한쪽 눈이 없는 아이 태어났고, 2m 길이의 지렁이가 출현하였으며, 귀가 없는 소, 잎이 비대해진 소나무가 발견되었다.”

나는 이렇게 체르노빌의 교훈을 지난 20년 강연해왔다. 원자력 발전소의 스위치를 끄자. 후쿠시마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여, 영광이 터지고, 월성이 터지면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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