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업성취평가’ 결과의 지표로 인정받는 ‘학점’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란의 배경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달 31일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한 ‘2010학년도 재학생 교과목별 성적평가 결과 및 졸업생 졸업 평점평균’ 자료가 있다. 언론은 이 자료를 근거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의 90% 이상이 평균 B학점 이상을 받고 대학 재학생도 4명중 3명꼴로 B학점 이상을 받고 있다”며, 이 현상을 ‘학점 거품(인플레)’으로 지적하고 있다. ‘거품’은 실속이 없다는 의미로서 대학 학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대학교육의 질을 부정하는 무례한 표현이다. 이것은 기업체 인사 담당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대학교육의 질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단서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과부와 대교협이 이런 자료를 만들어서 공개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대학생의 학업성취정도를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수준에서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런 판단을 하는 당사자들의 인식 수준이 염려된다. 왜냐하면, 이런 자료에 근거한 당사자들의 인식과 판단이 대학교육정책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학이 언론 및 기업체의 지적을 받아들여 평가의 목적을 ‘서열화’에 두고 학생들을 기계적으로 평가한다면, 대학은 그 존립 이유와 특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선별’에만 집착하는 지극히 기능적인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학지도부와 교수진은 이번 ‘학점 거품’ 논란을 교육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무시한 기계적인 평가는 교육자와 학습자의 존재 가치를 무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학업성취 평가’의 핵심 목적은 ‘서열화’가 아니다. 교과목표 달성 여부를 교수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절한 방법(상대평가 또는 절대 평가)으로 측정하여 교수가 원하는 수준으로 학생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정도를 객관화된 양적 지표로 측정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사회 일반의 ‘신화’에 동조하는 한, 우리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가르치고 평가하는 주체인 교수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적절한 평가방법을 유지하는 한 ‘학점 거품’ 논란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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