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지금 따스함이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학교는 활기로 넘친다. 무엇보다 11학번 새로운 얼굴들 덕이다. 우리 대학교를 선택해 주어서 고맙다. 벅찬 가슴을 안고 캠퍼스를 누비길 희망한다. 그 벅차오름이 졸업할 때까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꿈꾸다 졸업하고 사회에서 그 꿈을 이루도록 해야 할 텐데 오히려 대학은 꿈을 꾸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서 밝은 얼굴로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에게 미안해질 뿐이다.

재벌기업이 서울의 한 대학을 인수했다. 많은 돈을 대학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면서 말한다. 대졸자가 재무제표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회계는 그 대학에 졸업 필수요건이 되었다. 경영학과 규모는 늘리고 인문사회는 없앤다. 무엇을 위해서? 대학을 기업 신입사원 양성학원으로 생각해서다. 졸업생을 다 뽑아주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럼 대졸자가 알아야 할 것이 꼭 재무제표뿐인가? 왜 법은 필요 없나? 대졸자가 헌법 정도는 외울 줄 알아야. 그럼 미적분은? 대졸자가 미적분 정도는 풀 줄 알아야. 졸업하기 전에 알아야 할 101가지를 정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대학(university)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배워 나갈 것인가? 무엇을 가르쳐 보낼 것인가? 철학이 부재하니 대학이 학원이 되어 간다. 대학이란 말은 ‘보편성’에 기원을 둔다. 보편적 지식을 가르쳐 어디에나 통용되는 그 무엇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대학이 아니었던가. 그 무엇이란 당연 ‘본질을 꿰뚫는 힘.’

세계적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있다. 그곳에는 경영학부 출신이 우글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출신 면면을 보면 심리학, 인류학, 경제학, 생물학 등 참으로 다양하다. 경영에 대해 1g도 경험이 없는 뇌과학 박사, 전자공학 박사를 모셔간다. 왜 그럴까. 그들은 본질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기교보다는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것을.

대학을 굳이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사회적 기업’이다. 운영은 기업처럼, 그러나 존재이유는 사회적 가치 창출. 대학에 물론 혁신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전략, 비즈니스 마인드, 효율적 운영, 고객중심 사고. 지금 대학들에 절실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 운영해서 더 좋게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두산그룹 창업자인 故 박두병 회장은 이런 말씀을 했다. “義를 쫓아 利를 이루라.” 21세기에 이 분의 기업철학이 다시 빛을 발한다. 전교생 회계 교육을 시키면서 비판적인 학생회 지원을 끊는 그 기업대학 이사장이 이 분의 후손이란 사실이 아이러니다.

대학은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가르쳐야 한다. 철학, 윤리, 논리학 교육이 필요하다. 실용학문의 대표주자인 경영교육에서 조차 기업윤리 과목이 필수가 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것은 기업에서도 통한다. 사실 기업도 그것을 안다.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자. 기교와 기술은 학원에서, 통찰력은 대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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