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캐나다, 그리고 미국처럼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언어 배경을 가진 이주민으로 인하여 언어 다양성을 경험 하면서 서로 다른 유형의 언어정책을 채택하여 왔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의 형성도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언어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켰다.

스위스는 연방 차원에서 4개의 공식 언어를 채택하지만, 26개의 개별 주(canton) 차원에서는 단일 공식 언어(독일어, 불어, 이태리어, 로망스 중 택일)를 채택하여 지역마다 다른 언어를 가진 구분된 언어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스위스는 각 주가 1개의 언어를 원칙으로 하는 반면, 캐나다는 영어와 불어를 2개의 공식 언어(공용어)로 선언하고 이민자 및 원주민 중심의 소수민족에게는 모국어와 1개의 공식 언어(영어 또는 불어)를 선택하게 하는 이중 언어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 역사에서 영어 위주의 언어정책에서 이중 언어 사회로, 그리고 점차로 소수민족의 언어를 배려하게된 것은 사회 구성원의 자격이 종족적 관점에서 보편적인 시민적 권리의 관점으로 변하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년 1월 23일 이흥수 교수(본교 영어교육과)가 국회에서 발표한 “제2외국어 정책”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외국어 교육 정책은 국가 차원(국무부, 국방성, 교육부 등)에서 11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익에 중요한 언어들을 교육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많은 언어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들을 국내외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지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6개국으로 시작한 EU는 현재 회원국이 27개국이며, 공식 언어는 21개이다. EU(유럽연합)의 기본권 헌장에 의하면 “유럽연합은 문화, 종교, 언어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언어다양성(linguistic diversity)의 존중은 인격의 존중, 타문화에 대한 개방, 타인에 대한 관용이나 인정과 같은 EU의 근본가치이다. 이러한 원칙은 EU의 21개 공식 언어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일부 민족들이 사용하는 지역 언어와 소수인 언어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바로 이러한 다양성의 존중과 장려가 EU의 정체성을 만든다. EU는 차이가 해소되는 도가니가 아니라 차이를 풍요로 인정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2009년 말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1,168,477명으로 인구 대비 2.35%를 차지한다. 체류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47.5%(555,082명)로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미국 10.5%(122,659명), 베트남 7.8%(90,931명), 일본 4.1%(47,718명), 필리핀 3.9%(45,913명), 타이 3.8%(44,701명) 순으로서, 우리 사회가 다인종․다문화사회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들이 한 국가 안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 정책이 중요한 사회 통합 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인종적 다양성의 비중이 더 크게 확대되는 경우를 대비하여 우리도 언어정책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위의 사례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여 문화의 다양성, 경제적·정치적 교류와 협력의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영어교육 중심의 편향적 외국어 교육 정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현재의 수요자 중심의 제2외국어교육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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