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100년 전 국치의 역사를 긍지와 희망의 역사로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랐던 한 해였지만 안타까운 일 또한 적지 않았던 해였습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습니다.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노천명)의 심정으로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돌아보고, 뉘우치고, 다짐하는 시간을 통해서 새해에는 우리가 바라는 일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어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교육환경이 급변하며 대학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대학도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초체력을 다지고 체질을 바꾸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기초교육원을 설립하여 교양교육의 틀을 새롭게 직조하였습니다. 초년생 교육도 그 틀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독서토론 공동체 ‘다독다독’ 프로그램에는 1,400여명의 학생과 310분의 교수님들이 함께 해 주셔서 희망을 발견하였습니다. 미래국제재단은 ‘교육을 통해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자’라는 취지로 180여명의 전남대 학생들에 연간 1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우리 지역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성 ROTC 시범대학에 선정된 것도 매우 기쁜 일이었습니다.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도 학생 1인당 등록금의 3배에 가까운 교육비를 투자하여 거점국립대학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도 알찬 교육의 소중한 결실이라 하겠습니다. 시설부문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교육․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최첨단 교육시설을 갖춘 강의전용 건물로 진리관을 개관했고, 진도 자연학습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친환경 농업연구센터의 준공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외협력 및 국제화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나가는 한 해였습니다. 베트남, 아프리카, 동유럽 등으로 교류를 다변화 하였고 피부색이 다른 아프리카, 유럽 학생의 유치에서도 내실을 다져가고 있으며 동아시아 녹색성장 교육센터 설립 예산이 확정됨에 따라 대학의 국제화에 가속도가 붙어 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금년에도 우리대학을 위해 가슴 벅찬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양진석 동문께서 10억원의 거금을 발전기금으로 쾌척해 주셨습니다. 이밖에도 윤동일 (주)금호석유화학 상무님을 비롯한 많은 동문과 지역기업 그리고 뜻있는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특별히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시작한 용봉․청경 인재육성 기금에 600여 분이 참여하여, 8억 5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하면서 '개교 60주년, 60억 원 모금‘의 기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남대학교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달려 온 한 해였습니다만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닌 듯합니다. 전남대․여수대 통합이후 국회나 교과부로부터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유사․중복학과 해소 문제가 또 다시 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취업경쟁력, 연구경쟁력의 몇몇 지표들은 우리를 안타깝게 하였습니다. 삼성전자, 금호전기, LG디스플레이 등과 협약을 통해 100여명의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제1기 취업에이스 프로그램을 거친 80명이 유수 기업에 취업하였습니다만 우리대학의 취업률은 거점국립대학 중 최하위에 머물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공인 영어능력시험을 한 번도 치르지 않은 학생이 50%에 달했습니다.

우리대학의 연구 저력은 여러 가지 지표에서 나타났습니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은 교육․연구 사업비 총액이 2009년까지 총 4,334억 원으로 전국 2위를 차지했습니다. 2009년 한 해에만 교육․연구 사업비 총액은 704억 원으로 전국 4위, 연구비 수주액 997억 원으로 전국 8위, 논문게재 실적 1,071편으로 전국 10위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3년간 연구 실적이 전무한 교수님들이 백여 분에 이르고 있고, 지난해부터 우리대학의 연구 성과가 답보 또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연구윤리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도 마음 아픈 일입니다.

사랑하는 전남대학교 가족 여러분!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어찌 부끄러운 것이 없고, 부족한 것이 없겠습니까만 넓으신 마음으로 참아 주시고 함께 해 주신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넘치는 것은 넘치는 대로,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덜어내고 채워가며 희망찬 신묘년 새 해, 새 날을 맞이합시다. 잎이 지기로서니 어찌 바람만을 탓할 것입니까? 이루기는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선현의 말씀이 가슴에 저미는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황하에 닿기 전에는 단념하지 않는다(不倒黃河不死心)"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대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매진하십시다. 강녕하시고 송구영신하시길 기원합니다.



2010년 경인년 세모에

전남대학교 총장 김 윤 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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