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성인이 되어 결혼해서 아기를 낳으면 자동적으로 부모가 된다. 그런데 아기를 낳기 전이나 낳은 후나 부모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자라는 과정에서 자기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자식들에 대한 행동, 즉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서 부모의 행동에 대한 틀을 알게 모르게 습득한다. 따라서 자녀가 생기면 자기 자녀들에게 이러한 틀에 따라 부모로서의 행동을 하게 된다. 이는 자녀가 자라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세상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습득했던 틀에 따라 자녀들을 대하려고 하지 이 틀을 융통성 있게 바꾸려는 시도는 별로 안 한다. 그저 예전에 자기 부모들이 자기를 대하던 방식대로 별 생각 없이 자녀들을 대한다.

부모는 자식들을 대하면서 자식들은 항상 부족하고 믿음직스럽지가 못해서 자기가 언제나 자식들을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러한 부모의 사고방식은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가 자식의 모든 것을 돌봐주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예전에 수강 신청을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하고 부모가 대신 해 주는 대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있는 예가 아니고 지금은 미국에서도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자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시킨다는 미국도 이젠 한국을 따라 하나 보다.

그런데 자식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가 자식의 삶을 책임지려 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자식이 살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을 겪게 마련이다. 자식이 직면하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가 자식 옆에 따라 다니면서 모든 일을 해 줄 수도 없고, 일반적으로 특별한 사고가 아닌 자연사의 경우에 부모는 자식보다 빨리 죽는다. 그러면 부모가 사망하고 난 후 그 자식은 누가 돌봐주겠는가? 그리고 자식이 결혼을 하게 되면 이제는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잘 살도록 가능하면 부모는 자식 부부 일에 간섭을 안 해야 한다. 그런데 자식 가정사에 간섭을 해서 급기야는 자식 부부간에 사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자식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 때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싶고, 혹은 너무 예뻐서 항상 곁에 두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 역할 중의 중요한 한 가지는 자식을 독립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독립의 핵심은 경제적 독립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남겨주는 것은 자식의 인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가 노력하여 벌지 않은 재산은 쉽게 없어지니까. 그 대신 자식이 이 세상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이 부모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임무이다. 우리 학생들도 부모님이 자신을 독립시키지 못하면 본인들 스스로 독립하는 것이 미래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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