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확산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584년 영국 Walter Raleigh경의 미국 탐험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부터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뉴질랜드로의 대규모 이주에 의한 영어의 확산을 첫 번째 디아스포라(diaspora)라 하고, 두 번째 디아스포라는 18-19세기 동안에 걸쳐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에서 영국의 식민 정책에 의해 영어가 확산된 경우를 말한다. 그동안 흔히 구별했던 영어 모국어 화자(ENL : English as a Native Language)는 영국을 비롯한 첫 번째 디아스포라에 의해 형성된 나라의 화자들을 가리키며, 두 번째 디아스포라에 의해 형성된 나라에서 여전히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나라의 화자들을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화자라 하며, 그 밖에 영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하는 나라들을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이라 부른다.

이러한 영어의 확산은 토착민들의 언어와 섞이면서 영어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피진어(pidgin)와 크레올어(creole)의 발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이런 피진어와 크레올어는 특히 비-언어학자들에 의해 열등하고 (때로는 ‘언어’가 전혀 아닌) ‘나쁜’ 언어로 간주되었다. 20세기 후반에서야, 제2언어 습득 분야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이 피진어와 크레올어가 발전한 방법을 통해 모국어와 제2언어 습득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깨닫기 시작하였고, 사회 언어학 분야의 발달과 함께 피진어와 크레올어는 인간언어의 보편성의 측면에서 다시 정의 내려지게 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사용되는 이런 식의 영어를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 즉, 혼성어 또는 공용어로서의 영어라 한다. 영어를 ESL,이나 EFL로 구분하는 지금까지의 견해와는 다르게, 각국의 특색이 반영되어 사용되는 영어를 “World Englishes”라 한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잘못된 영어로 배척해왔던 “Konglish”(한국식 영어)도 그 자체로서 하나의 영어로 볼 수 있으며, “Singlish"(싱가폴에서 사용되는 영어), ”Japlish“(일본에서 사용되는 영어)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범문법 즉 학교문법의 틀 안에서 학생들에게 문법적이고 격식에 맞는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 영어교사들로서는 문법과 발음의 파괴가 흔히 일어나는 “World Englishes”의 현상을 학교 교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TOEFL 시험에서도 이미 영국과 미국식 발음뿐 아니라, 호주나 뉴질랜드, 그리고 필리핀식 영어 발음들이 문제에 섞여서 출제되고 있다는 것은 영국이나 미국의 영어교육학자들이 “World Englishes”를 인정하고 전 세계의 사회, 문화 현상을 영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더 이상 모든 이들이 미국의 방송에서 사용하는 방송용 표준 미국영어나 런던이나 영국 국영방송인 BBC에서 사용되는 영어를 모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 정책 담당자들도 영어의 세계적 상황과 흐름을 인식하고 앞으로의 영어교육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 연합과 아시아 각국들의 영어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도마 위에 올라 많은 질타를 받아 왔던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들과 학부모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어교육 정책 담당자들이 수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현실성 있는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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