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의 꽃,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나운서. 멋있는 모습만큼 먼 곳에 있는 별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전대신문에서 광주 MBC 홍진선 아나운서를 만나 그 먼 곳의 별, 아나운서에 대해 탐사해 보았다. /엮은이 

 

-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시기, 계기가 있다면?
성격이나 기질 등을 봤을 때 아나운서가 나와 참 안 어울리는 일인 것 같았었기에 가끔 아나운서 일을 하면서도 황당한 때가 있다. 꼭 아나운서가 꿈은 아니었고 사촌 언니 한 분이 방송 기자 일을 하셔서 어린 마음에 저런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일이 너무 좋아 보이고 멋져보였었다. 전남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마음속에서 부르는 것은 있었지만 나 자신이 꿈을 반쯤 접었던 것 같다. 방송기자건 아나운서건 방송계에서 일을 하려면 지방대를 나와선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취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TV에서 방송계열 모집 공고가 나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저 바닥에 가서 일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어 TV를 꺼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3학년 때 내가 앞으로 이 일을 안 하면 평생 이럴 텐데 나를 한번 걸어보자는 다짐을 하고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많은 길을 알고 있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 아나운서가 아니라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그래도 말로 돈 벌어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졌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기질이 있으셨던 건지?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번호순서대로 책 읽기를 했었는데 수업이 끝나기 1분전에는 다른 친구들한테는 다음 시간에 하자고 하는데 진선이는 틀리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셔서 그때 내가 말을 잘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 일반적으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절차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해온 일들은 무엇인지?
입사한지 11년이 되다 보니 그사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다듬어서 쓰자는 시기가 80년대였다. 원석을 골라내는 느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아나운서로 뽑히고 그 사람들이 걸출한 인물이 되어 아나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아나운서들을 뽑는다. 기자를 뽑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나운서는 말하는 법, 카메라 보는 법, 매너 등 이미 아나운서인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방송 3사의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했었지만, 지금은 사립 아나운서학원이 많아 예전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많이 늘었다. 이미 아나운서가 돼야 한다. ‘아나운서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아나운서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시험을 보러 오면 2000명이 모두 이미 아나운서이다. 경쟁률도 치열하고, 준비해야 하는 기간도 길고, 신경써야할 일도 많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직업이다.
3학년에 아나운서 과정이 있다는 것을 서울에 가서 확인하고, 4학년 졸업반 때 졸업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그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시험을 본다. 아예 가능성이 없는 사람 예를 들어 발음장애가 있거나 사투리 억양이 너무 강하다거나, 외모가 부적절 하다는 등의 이유로 학원에 입학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MBC아카데미를 수료하는 과정에서 광주MBC 모집 공고가 나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과정을 밟다 보면 3년씩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현직 아나운서의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광주에서 살다보니 인생을 걸고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갔었는데 서울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1학년 때 한번 해볼까 하는 식으로 아카데미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의 접근성이라는 것이 그 땐 정말 부러웠다. 그러나 인생을 걸고 공부를 하다 보니 이렇게 아나운서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일반적으로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 안에서 공채 공고가 나면 그 사람들끼리 본격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식이다.

- 아나운서의 종류가 크게 어느 정도로 나뉘는지?
아나운서가 맡는 분야도 매우 여러 가지 이다. 뉴스 앵커, 각종 오락·교양·문화 프로그램 사회자,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하기도 한다. 또 야구, 축구, 농구, 볼링 등 스포츠 캐스터를 하기도 한다.

- 아나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나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한다. 아나운서를 6mm카메라로 따라다녀 봐야 아나운서 한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못할 거라며 서로 웃으며 이야기 하곤 한다. 일단 매 시간 시보를 생방송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디지털 시스템이 돼서 녹음된 파일이 자동으로 재생된다. 아나운서 마다 캐릭터에 따라 배정받는 뉴스가 있다. 또 만약 5시 뉴스를 하는 사람이 외근을 나가면 5시 뉴스 커버를 하는 등 매 시간 대기하고 있어야한다.
평상시엔 아침에 출근해서 라디오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으며 잠깐 쉬었다가 다음 방송 준비를 한다. 그 후 저녁 먹고 저녁뉴스 준비를 한다. 라디오 8시에 오늘 나갈 주요 뉴스 녹음을 하고 그 후 10시까지 뉴스 진행을 한다. 보통 기본 회사에서 13시간정도 보낸다. 직장인이기 때문에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를 한다. 수도승처럼 지내야 뉴스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아나운서들을 보면 대부분 회사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말에 당직을 서다 보면 취미생활 같은 것도 누리기 힘들다. 지방 아나운서의 특징인 것 같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방송을 해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제약이 따른다. 아나운서의 개인 일과는 그 아나운서의 역량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또 예를 들어 아시아 문화전당 착공식 같은 큰 행사의 경우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지원을 나가는 것도 아나운서의 몫이다.

-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 몇 가지를 꼽는다면?
아나운서를 하면서 선배 아나운서가 해준 말을 기억하며 지내고 있다. 아나운서는 3씨가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맘씨가 좋아야 한다. 누구를 만나든지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성품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말씨가 좋아야 한다. 내가 말하고 보이는 것, 대화의 기술 등 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이 맵시이다. 외모로 비쳤을 때 매력적으로 보이는 곳이 한구석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성실하기 까지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제일 중요한건 성품이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강한 개성을 뽐내버리면 안 된다.

-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고 있었을 때 힘들었던 점과 아나운서가 된 지금 가장 힘든 점?
아나운서는 정말 먼 곳에, 정말 특별한 사람들만 한다는 생각에 내가 아나운서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상황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너무 먼 곳에 있는 별이라고 생각해서 감히 내 꿈을 말하지 못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 지방에 살면서 내가 쓰는 말투가 방송언어가 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 내가 외모가 매우 예쁜 것도 아닌데 하면서 아마 지금 후배들이 하고 있는 생각을 똑같이 했을 것이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는 지금 힘든 점은 끼가 부족하다는 것이 제일 힘든 점이다. 움직이는 범위가 조금 부족하다고 할까? 가끔 수천사람을 웃겨보고 싶은데 마음은 있는데 그게 안 될 때 아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용히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앵커가 가장 좋기도 하다.

- 아나운서의 장점, 단점?
방송을 핑계로 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점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서 만날 수도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같이 하다 보니 기획안을 제출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올 수도 있다.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내가 만들어내는 것에 따라서 누구나 만나고 올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책 수십 권을 읽어야 될 경험을 인터뷰를 통해 느끼고 오는 경우도 있다. 또 방송을 하다 보면 부모님이 매우 좋아해 주신다.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주변 사람들이 매우 좋아해서 효도하기에 매우 좋은 직업이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하는 이야기 인 것 같다. 단점은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지 못해 시간에 얽매여야 한다는 것 정도? 아나운서 일을 하기로 했으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체력적, 심리적으로 한계가 오는 경우가 있다. 직업의 특징상 무언가를 발산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충전이 되지 않으면 갑자기 힘들어 지는 경우가 생긴다. 재충전을 자신의 역량 것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운 점. 지인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점도 재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이다. 식사 시간에 방송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이 밥을 먹어본지가 한참 된 것 같다. 책을 본다. 가끔은 칼을 갈듯이 책을 보기도하고, 어떤 때는 연인을 만나듯이 책을 읽는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재충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꿈꾸었을 때와 아나운서가 되어있는 지금 생각했던 것의 같은 점, 다른 점?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그래서 되게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거의 느껴봤고,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도 실행으로 옮겨봤다. 아나운서가 생활이 되고 결혼을 하고 나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같이 해야 할 때 오는 차이에 대해서는 조금 힘들었지만, 거의 대부분 꿈꾸었던 대로였던 것 같다. 공부 하는 시절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이런 저런 질문을 하며 아나운서에 대해 많이 알아놓았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 입사시기에 비해서 지금 아나운서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과 달리 지금은 스타 아나운서가 많아지고 있다. 지방은 조금 다르지만 탤런트가 되기엔 내가 조금 아깝고, 배우가 되기엔 외모가 조금 아쉬우나 지성과 성품을 이용해 아나운서가 되어 이름을 날려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후배들도 있는 것 같다. 배우가 되보고 싶은 적이 없었냐고 묻는 후배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런 점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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